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 등 ‘물리적 리스크(위험)’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건설·부동산 업종 등을 중심으로 제주·경남 지역의 물리적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됐다. 탄소중립(넷제로·탄소배출량 0) 달성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응적 대응(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이 18일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총강수량 증가는 지역내총생산(GRDP)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리스크란 기후 관련 리스크 가운데 기상이변 및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물리적 영향과 관련된 위험들을 말한다. 점진적 기후 패턴 변화로 발생하는 ‘만성 리스크’와 자연재해 충격으로 발생하는 사건 기반의 ‘급성 리스크’로 나뉜다.
연구진이 국내 기후 조건을 반영해 피해 함수를 추정한 결과, 어떤 지역의 연간 총강수량이 1m(1000㎜) 늘어나면 해당 지역의 GRDP(1인당 기준) 성장을 2.54%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5년간 누적(향후 관측 가능성이 큰 강수량·기온 변화분의 중간값 적용)되는 상황을 가정하자 건설업(-4.90%)과 부동산업(-4.37%), 섬유 의복 및 가죽제품(-2.53%) 등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남쪽에 위치하면서 도시·산업화 수준이 높은 제주(-3.35%)·경남(-2.39%)·대전(-1.54%)·부산(-1.31%)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추정치는 홍수·가뭄·산불 등 급성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영향에 대한 예측 등은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더 클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지역별 기후리스크 피해 영향 평가는 거시 경제의 장기 성장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응적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인 ‘적응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후변화 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도 ESG 관련 공시업무 처리 등을 지원하는 ‘ESG 플랫폼’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의 ESG 플랫폼 도입·운영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아직 ESG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은 국내 금융사들도 플랫폼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되, 그 목적과 대외 환경 등에 따라 도입 방법이나 시기를 신중히 결정한 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