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화상으로 ‘은둔’하던 키르키스스탄 8세 소년 국내 의료진 수술 받고 ‘함박 웃음’

얼굴 화상으로 ‘은둔 생활’을 이어오던 키르키스스탄의 8세 소년이 국내 의료진의 도움으로 안면재건술을 받고 웃음을 되찾았다.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알리누르(Alinur)는 최근 한국에서 화상 흉터 제거와 이마 피부를 이용한 코 재건 등 두차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20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알리누르의 아버지와 알리누르, 그리고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알리누르가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것은 지난 2021년 6월. 알리누르는 장난삼아 돌을 던졌다가 아궁이에서 끓고 있던 액체를 코, 이마, 눈 등 얼굴에 뒤집어썼다. 당시 액체는 가난한 가족들이 집 보수를 위해 끓이던 화학용 액체였다. 3도 화상을 입은 알리누르는 3일간 앞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화상 후유증으로 코 모양이 변형됐다.

 

알리누르 가족은 치료를 위해 40㎞ 떨어진 병원까지 달려갔다. 다행히 시력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열악한 현지 의료 탓에 흉터가 더 커지지 않게만 하는 치료만 받는 데 그쳤다. 중앙아시아 북동쪽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은 토지의 약 80%가 고산지대로 이뤄져 있어 교통이 불편한데다가 의료 환경도 열악해 주민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알리누르 가족은 월급의 30%가 넘는 금액을 아이 치료에 쏟아부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현지 의료진은 만 14세가 넘어야 흉터를 치료하는 수술이 가능하고, 대규모 수술인 만큼 성공도 장담하지 못했다. 

 

결국 병원을 나온 알리누르는 이후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2년 이상 집에서 은둔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키르키스스탄을 방문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인생이 뒤바꼈다.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에서 알리누르를 진료한 서현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화상 부위가 얼굴인 만큼 아이의 기능적, 외형적, 심리적 부분까지 고려해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인 만큼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에 입국한 알리누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화상 흉터 조직을 제거한 뒤, 얼굴과 가장 비슷한 색깔과 재질을 가진 이마 피부를 이용해 코를 재건하는 4시간에 걸친 1차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어 3주 후 대수술이었다. 이식한 피판과 이마와의 연결 부위를 분리하는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식한 피판이 3주간 생착되어 화상을 입은 피부에서도 정상적이고 독립적으로 혈액이 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흉터를 지워낸 8살 어린 알리누르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핀 순간이다.

 

알리누르는 “화상을 입은 이후로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는 게 싫었다. 방 안에서 세계지도를 보며 혼자 노는 것이 유일하게 재미있었다. 선생님들이 예쁜 얼굴을 다시 갖게 해주셨으니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고, 어른이 되면 세계지도에서 봤던 나라들을 여행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알리누르가 큰 수술을 잘 버텨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 부위가 더 자연스러워질테니, 화상의 아픔은 잊고 건강하게 멋진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리누르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