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 규범을 정하는 논의에 한창이다. 지금 막 태동해 그 영향력의 끝을 알기 힘든 AI 기술을 안보 등 민감한 영역에서 적절히 사용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AI 거버넌스를 창출하려는 현 상황은 흔히 처음 핵무기 사용 규범을 만들던 때와 비교되곤 한다. 그만큼 AI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그 결과도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선도적으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등으로부터 상시적으로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되는 한국도 이 논의에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논의를 주도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침 2024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한국 주도의 ‘AI 글로벌포럼’, 지난달 영국에서 첫 회의가 열린 ‘AI 안전(Safety)’ 정상회의의 후속 미니 회의, 또 지난 2월 네덜란드와 공동 개최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2차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AI 거버넌스와 관련된 굵직한 3건의 고위급 국제회의가 연달아 한국 주도로 열리는 것이다.
◆AI 회의, 1차는 유럽·2차는 한국
◆어떤 내용 논의될까
한국이 2024년 개최하는 세 가지 AI 관련 회의는 각각 특징이 다르다. 먼저 지난 2월 네덜란드와 이미 1차회의를 공동 개최한 바 있어 다른 두 회의에 비해 의제와 윤곽이 비교적 드러나 있는 REAIM은 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군사 분야 AI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AI의 군사적 이용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문제가 논의되며 외교부·국방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장관급 회의다. 내년 하반기 개최가 예상된다.
AI 글로벌포럼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의 포럼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는 AI와 관련한 국제기구를 태동시키는 회의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논의하는 의제는 그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두 회의와 달리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선제적으로 제안해 만들어졌다. 대통령실,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논의가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AI의 안전이라는 특정 주제로 진행되는 AI 안전 미니 정상회의는 1차회의와 2차회의 사이에 화상으로 열린다. 1차회의가 개최된 지 6개월 정도 뒤 후속 조치를 중간 점검하는 성격이다. 1차회의에서 의장국인 영국은 27개국 정상과 AI 관련 기업인들을 선별해 초청했는데, 한국이 개최하는 미니 정상회의는 그보다는 규모가 작을 전망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의미가 있다.
AI 분야에서 안보와 경제적 이익, 가치 문제는 밀접하게 연관된다.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인 기술 표준의 경우 우리 표준에 가깝게 국제 표준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요하지만 이는 또한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AI가 적용된 안면인식 기술 표준의 경우 어떻게 표준을 만드느냐에 따라 권위주의 체제 사회에서 잘못 유통되면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이 자유 진영의 인식이다.
송 교수는 “AI 거버넌스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안보, 경제, 가치나 정치 민주주의 측면에서 한국이 선도적으로 기여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경제적 이익도 고려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