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정당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줄소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최대 20명의 의원들을 향한 전방위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검찰이 송 전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도 있다”며 증거인멸 우려도 지적했다. 송 전 대표 구속은 지난 8일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받은 지 10일 만이다.
검찰은 2021년 5월2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경선 캠프 측이 자금을 마련해 6650만원의 돈봉투를 살포하는 데 송 전 대표가 ‘관여’, 즉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가운데 6000만원은 송 전 대표 보좌관이던 박용수씨를 거쳐 윤관석 의원에게 건네졌고, 윤 의원이 2021년 4월28∼29일 이틀간 전국 대의원 포섭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300만원씩 든 돈봉투 20개를 뿌렸다는 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받은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의 일부도 당시 경선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 과정에도 송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돈봉투 사건 수사는 검찰이 ‘이정근 녹취록’,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사건 관련자들 간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하며 올해 4월 시작됐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증거는 이 전 부총장 진술밖에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또 “증거인멸 우려가 현저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송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쓰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귀국해서 쓴 지 얼마 안 된 깡통폰을 검찰에 제출하거나 차명 휴대전화로 사건 관계자들 회유를 시도한 점 등이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송 전 대표가 구속 수사 기간 중 변호인 외에 가족이나 지인 등을 접견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해 돈봉투 공여자 수사를 매듭짓는 한편 수수자 조사에도 한층 속도를 낼 방침이다.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최대 20명에 이른다. 우선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이 특정된 상황이다. 이 중 이 의원은 송 전 대표 캠프 측에 지역본부장 교부용 1000만원 등 총 1100만원을 준 공여자이자 윤 의원에게 300만원짜리 돈봉투를 받은 수수자로 지목돼, 올해 5월 소환 조사를 받고 8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바 있다. 임·허 의원은 지난달 2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국회 사무실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받았다. 따라서 임·허 의원이 먼저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 세 의원 외에도 지난달 13일 윤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재판에서 돈봉투 수수자로 실명이 언급된 의원들이 소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강씨가 검찰 조사에서 “윤 의원이 2021년 4월29일 돈봉투를 2차로 살포한 의원은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박영순·이용빈·윤재갑 7명 정도”라고 진술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그 전날인 2021년 4월28일 윤 의원이 좌장인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 20명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앞서 언급한 의원 7명은 이 20명에도 포함돼 있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윤 의원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이 보고나 지시 여부 등 송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할지도 주목된다.
윤 의원은 “돈봉투엔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 있었고,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제공한 건 그간 모임에 참석하고 지원해 준 데 대한 감사를 표하고 소속감과 연대감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송 전 대표 관련성에 대해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송 전 대표 최측근 박용수 전 보좌관도 지난달 20일 윤 의원과 강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의원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6000만원을 전달한 것 등을 모두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