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이어지는 ‘천원 밥상’… “당당히 식사하길”

경희대, 한 달간 주 3번 학식 제공
학생들 “저렴하고 맛도 좋아” 호응

일반인 대상 천원식당도 나눔 계속
기운차림봉사단 “기부 확산되길”
“평소 학교 주변에서 사 먹을 땐 점심 한 끼에 1만원은 들었는데 밥값을 많이 아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경희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한모(23)씨는 20일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씨가 이날 점심에 쓴 돈은 단돈 1000원. 붕어빵 한 마리도 1000원에 사 먹는 고물가 시대에 날치알비빔밥, 닭가슴살스테이크, 소고기샤브전골 같은 메뉴를 붕어빵값에 먹을 수 있었다. 많은 학생이 식당 앞에 긴 줄을 섰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12.66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특히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6.5% 올라 인상 폭이 두드러졌다.

 

경희대는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끼니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 달간 일주일에 월·화·수요일 세 번 재학생 500명에게 ‘1000원 학식’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평소 이곳에서 학식을 먹으려면 5000원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 경희대에 따르면 서울캠퍼스는 ‘1000원 점심’ 식권을 500장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매일 매진됐다.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제공한 특식까지 합하면 전날까지 9500명분이 판매됐다. 국제캠퍼스는 같은 기간 하루 400명에게 1000원 식권을 판매했다. 전날까지 두 캠퍼스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2만240명이다.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김모(23)씨는 “1000원치고 푸짐하고 전보다 맛도 좋아진 것 같아서 일주일에 1∼2번 정도 먹던 학식을 요즘은 사흘 다 챙겨먹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원래 학식을 즐겨 먹지 않지만 1000원이란 말에 호기심 정도로 먹었는데 맛있었다”며 “가격이 다시 오를 건 아쉽지만, 앞으로는 시간 될 때 더 학식을 자주 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가 인상으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김밥 가격이 표시된 한 김밥전문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팍팍한 밥상 가격에 저렴한 점심을 바라는 이가 적잖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강모(31)씨는 “물가가 오른 걸 확실히 밥값으로 느낀다”며 “얼마 전 미역국을 1만5000원에 사 먹었고 ‘가성비’ 메뉴라던 국밥도 기본이 1만원”이라고 토로했다. 강씨는 “하도 비싸서 주변에 ‘1000원 식당’이 생기면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대상으로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기운차림봉사단은 2010년 첫 ‘기운차림 식당’을 차린 뒤 올해 강원 원주지점까지 총 1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2018년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재은 부단장은 “기부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1000원은 식사하는 분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당당하게 먹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물가가 올라 운영 부담이 커지긴 했다”면서도 “1000원 식사가 더 알려져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