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어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세법상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1∼4%(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경우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부과하는데 납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다. 세금을 회피하려는 대주주들의 주식폐장일 전 대량 매도로 주가가 떨어져 일반 투자자 피해가 잇따르는 걸 막자는 취지다.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내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개미 투자자 보호 명분이라지만 논리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주식시장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일시적 매물 폭탄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다고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건 아니다. 오롯이 투자자 개인이 판단해 매도·매수를 결정하는 것이고, 신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된다. 단기적 수급 측면에서는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인위적 주가 개입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역대급 세수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현 정부의 처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추계한 올해 국세수입은 341조4000억원으로 59조1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세 감세가 겹친 탓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려쓴 일시대출금만 지난 1~9월 113조6000억원에 달하겠는가.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는 윤석열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느 때보다 재정 확충의 필요성이 큰데도 이런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자체가 의아할 따름이다. 지난해 기준 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은 전체 투자자의 0.05%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주식 양도세는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세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믿기 힘들다. ‘부자감세’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야는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2025년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파기하고 통상적인 세법개정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내놓을 정도로 감세조치가 시급한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정부의 국정과제라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외면한 건 누가 봐도 1440만 일반 투자자를 겨냥한 ‘선거용 감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