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를 ‘노후성’ 위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도심 내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단기간에 시장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밝힌 구상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위험성을 따지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노후성을 착수 기준으로 바꾸는 등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현행 정비사업의 경우 도로를 비롯한 기반시설 정비를 목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띠는 재개발은 노후도 조건(30년 이상 건축물 연면적 기준 6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민간이 주가 되어 아파트 단지 단위로 추진하는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다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안전진단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조건부 재건축 범위도 조정하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65건이었던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올 한 해만 163건으로 대폭 늘었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아예 폐지하거나 재개발의 노후도 조건 중 30년 이상 건축물 비중 등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 추진절차 중 안전진단 규제가 사라지면, 곧바로 조합 설립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구성 등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재개발의 경우 현재는 30년 이상 된 건축물이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연면적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30년 기준을 삭제하고 주거 환경·시설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간소화해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을 포함한 규제 완화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실제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거여건이 상당히 나쁜데도 안전진단에 탈락해 재건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정비사업 추진이 전반적으로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은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라 단기간에 체감할 변화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문턱을 넘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당장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면서 “윤 대통령의 구상은 향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염두에 두고 안전진단을 비롯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1기 신도시 정비사업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지구가 대상이다. 현재 재건축 연한인 30년보다 10년이나 짧다. 특별법에는 안전진단 절차를 면제·완화하거나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