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간병’ 사각지대 없애… 중증환자 전담병실도 도입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

당정, 개선방안 살펴 보니…
요양병원 간병에 공적지원 제도화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 후 2027년 전국 도입
환자 중증도 따라 간병인 차등지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대폭 확대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제한 없애

2027년까지 전국에 재택의료센터
퇴원 후 집에서도 의료·돌봄서비스

당정이 21일 발표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간 공적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요양병원 간병 수요에 대한 제도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장기요양급여 대상이 아니었다. 요양병원 간병에 대한 공적 지원·관리 체계가 없다 보니 요양병원 입원 환자·보호자는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정부가 21일 ‘국민 간병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발표하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요양병원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2년 1월 광주 북구 전남방직 재개발 부지 내 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뉴스1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년6개월 동안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 지원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다만 간병서비스 지원 대상은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 수준으로 제한하는 의료·요양 통합판정 방식으로 선정한다. 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하면 ‘불필요한 경증 환자의 입원’이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대한 재정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의료 최고도와 고도 환자가 다수인 요양병원에 한해 시범사업을 펼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요양병원 입원 환자(47만5949명) 가운데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는 14만2739명(30%)이다. 또 장기요양등급 보유환자는 21만1797명(45%)이었는데 이들 중 3·4등급이 62%(약 13만1000명)로 가장 많았다. 건보연구원 관계자는 “의료보다 요양 기능을 수행하는 요양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요양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 등 간병비 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지도·감독하에 간병 업무를 수행하는 간병인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와 일정 교육을 이수한 자가 수행하되 1차 시범사업에서는 간병인 1인당 연평균 4명의 환자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며 교대근무(2교대, 3교대)가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1차 시범사업에 2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차 시범사업을 대상자 수요와 소요 재원을 정밀하게 추계하고 재원 조달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병행하며 진행한 뒤 2027년 1월부터 전국에서 본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건보 적용 대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확대·강화된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은 간병인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돌보는 병동이다. 중증·경증 환자가 뒤섞여 있고, 간호사 1명당 5명의 환자를, 간호조무사는 40명에 가까운 환자를 돌봐야 했다.

정부는 중증 수술환자와 치매, 섬망 환자 등을 전담하는 ‘중증환자 전담 병실’을 도입해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을, 간호조무사는 환자 8명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일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역시 현재 10개 병실당(4인실 기준, 환자 40명) 1명이었던 간호조무사 배치 기준을 3개 병실당 1명(환자 12명)으로 변경한다. 아울러 식사 보조, 화장실 이동, 세수 수발 등 환자 안전과 크게 상관없는 업무는 요양보호사 등에게도 허용키로 했다.

현재 간호간병통합병동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4개 병동만 참여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2026년부터는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23개소)은 제한 없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22곳)은 2개 병동을 추가할 수 있다. 정부는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간호사 대 환자 수 1대 7, 8, 10명)의 간호사 배치 기준을 상급종합병원(1대 5, 6, 7)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간호인력 근무 개선에도 나선다. 간호사 병가 등으로 발생하는 긴급한 결원 인력을 대신해 근무하는 대체 간호사를 2개 병동당 1명 지원하며 신규 간호사의 임상 적응을 지원하는 교육전담간호사는 100병상당 1명 이상 배치를 의무화했다. 야간에만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위한 수가도 신설한다.

정부는 퇴원 후 집에서도 재가 의료·간호·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재택의료센터는 2027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고 장기요양등급자로 제한된 대상자를 내년부터 퇴원 노인으로 확대한다. 또 재택의료센터와 1차의료기관 산하에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를 설치해 재가간호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퇴원환자 등 단기·긴급 수요에 대응하는 ‘긴급 돌봄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바우처 방식의 보편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자동배변처리기, 욕창 예방 매트리스 등 간병용품 대여서비스를 도입하며 올해부터 2027년까지 45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 중인 배설·이승·식사·욕창예방 로봇에 이어 이동·목욕·자세변환 등 간병·돌봄 로봇 개발을 추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