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초 선수→감독으로 직행해 챔프전 진출 5회, 우승 2회 이끈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전격 경질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최태웅(47)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침체한 구단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동안 최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보여준 팀을 위한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그의 새로운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진순기 수석코치(40)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남은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 주전으로 활약한 명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99년부터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다. 2009~2010시즌 종료 후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박철우(現 한국전력)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현대캐피탈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던 최 감독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김호철 감독(現 IBK기업은행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부임했다. V리그 역사상 현역에서 곧바로 감독직으로 직행한 것은 최 감독이 최초였다.

 

최 감독은 사령탑 첫 해인 2015~2016시즌, ‘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후반기 18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등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다. 그해 챔피언결정전에선 OK금융그룹에 패하긴 했지만, 이듬해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2패로 우승을 달성하며 감독으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18~2019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최 감독은 9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 다섯 차례 진출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전술적 역량 외에도 작전타임에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어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도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2018~2019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현대캐피탈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던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그간 추진해온 세대교체가 끝났음을 선언하며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허수봉은 외국인 선수 자리에 아포짓인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리비아)가 영입되자 제 포지션을 못 찾고, 미들 블로커와 아웃사이드 히터를 번갈아 뛰며 부진했다. 세대교체의 핵심이었던 5년차 세터 김명관과 2년차 세터 이현승은 팀 공격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은 21일 현재 4승13패, 승점 16으로 6위에 그쳐있다. 지난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경기가 현대캐피탈 감독으로서 고별 경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