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나눌수록 하는 일도 술술 잘 풀려요” [S 스토리]

동해시 첫 ‘부부 아너’ 박태권 대표
“주변에 받은 도움 갚으려 나눔 시작
작아도 꾸준히 하면 행복감 느낄 것”

강원 동해시 추암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추암횟집대게’ 건물 앞면에는 ‘기부천사의 집’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태권(57) 대표는 “근처에 저희와 비슷한 상호를 내건 횟집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며 “그 집 사장님이 이 플래카드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나눔활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일”이라고 너스레를 놓았다.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인 박태권·박은주씨.

플래카드처럼 박 대표는 동해시에서 기부천사로 통한다. 동해시 북평동에 횟집을 연 지 2년쯤 지난 1999년부터 꾸준히 지역 노인들에게 쌀과 연탄 등을 건네오던 박 대표는 차츰 장학금 전달, 주거지개선사업 등으로 나눔 활동 폭을 넓히더니 2019년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 또는 5년 내 납부 약정)에 가입했다. 기탁 약정액 1억원을 2년 반 만에 다 채우게 되자 지난해엔 부인 박은주(51)씨를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시켰다.

박 대표가 나눔·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30대 때 보증을 잘못 서 빚더미에 올랐다가 지인들 도움으로 횟집을 차린 이후부터다. 그는 “그 전엔 내 앞가림하기에도 버거웠다”며 “남들 도움을 받았으니 조금이라도 갚아야겠다고 생각해서 20㎏짜리 쌀 한 포대 짊어지고 동네 어르신 찾아간 게 나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몇 차례 쌀과 연탄을 돌리다보니 받는 분도 미안해하고, 주는 자신도 민망해서 주민센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민센터로부터 어려운 주민 명단을 전달받아 사전 방문해 형편을 살펴본 뒤 주민센터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다. 박 대표는 “얼마 전 장학금을 준 학생으로부터 ‘저도 꼭 어려운 이웃을 돕고 베푸는 삶을 살겠다. 좋은 본보기가 돼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며 “많은 돈은 아니지만 베풀면서 남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뿐 아니라 나나 자식들 일도 술술 잘 풀리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이 “앞으로 돈 더 쓰고 봉사 더 하라는 압박처럼 느껴지더라”는 박 대표는 “기부는 처음부터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작지만 꾸준하게 하다 보면 저 같은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