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을 배우다(에바 페어 키테이, 김준혁 옮김, 반비, 2만6000원)=페미니즘 철학자인 저자는 중증 인지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핀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한 문제들을 사유한다. 이성을 지니지 못한 소수자나 비인간 존재들의 존엄과 권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전통 철학의 개념을 뒤흔들고 삶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가르침을 전한다.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런, 박종현 옮김, 휴머니스트, 2만2000원)=경제학자인 옮긴이가 책에 깔린 진화론의 역사적 맥락, 당시 경제학에 대한 베블런의 관점, 여성 참정권 운동 등 당대의 민감한 현안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출간된 지 124년이 지났지만, 우리 시대의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 야만의 기원과 변형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나의 이중생활, 사라 베르나르의 회고록(사라 베르나르, 이주환 옮김, 마르코폴로, 3만5000원)=사라 베르나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던 프랑스 연극배우이자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사랑이었으며 극작가 장 콕토,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등 당대 예술가들의 뮤즈였다. 저자는 회고록에서 위고와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책 사냥꾼의 도서관(앤드루 랭·오스틴 돕슨, 지여울 옮김, 글항아리, 1만8000원)=서지학이라는 분야에서 유럽의 스승 자리를 고수하는 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는 고서적으로 유명하다. 문인인 저자들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 도시의 책을 모조리 사들인 학자, 본인이 탐내던 책을 사들인 자들을 공격한 책 도둑까지 광적으로 책을 수집했던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똥이 약이다(사빈 하잔·셸리 엘즈워스·토머스 브로디, 이성민 옮김, 히포크라테스, 1만7000원)=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생물학자인 저자들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 등 현대 유행병을 치료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책은 똥 속 미생물을 건강하게 하는 한국의 김치 등 음식 소개를 포함해 대변이식을 하는 방법, 대변 이식의 미래까지 똥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늙지 않는 뇌의 비밀(와다 히데키, 이주희 옮김, 포텐업, 1만6800원)=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팬데믹 후유증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뇌과학 이론에 저자의 임상 경험과 각종 심리 실험 내용을 곁들여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양자컴퓨터의 미래(미치오 가쿠, 박병철 옮김, 김영사, 2만4800원)=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양자컴퓨터가 지구온난화, 식량 및 에너지 문제, 난치병과 노화를 해결 또는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생명과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자컴퓨터가 그토록 강력한 까닭, 개발 경쟁의 양상, 앞으로 펼쳐질 인류 사회 모습까지 다채롭게 보여준다.
만족한다는 착각(마틴 슈뢰더, 김신종 옮김, 한국경제신문, 1만9800원)=독일 자를란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1984년부터 독일에서 8만5000명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만족감과 관련한 64만건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담았다. 자녀가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는다는 점, 만족도가 낮은 사람이 극우나 극좌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 이채로운 내용이 담겼다.
달라이 라마의 정치철학(수바쉬 C 카샵 편집, 허우성·허주형 옮김, 운주사, 5만원)=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담은 글 100편을 모아 엮은 책. 중국의 탄압에 시달리는 티베트 민족의 염원을 대변하는 내용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영적 사안에 대해 포럼에서 발표한 담화문, 연설, 인터뷰 등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