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전란을 피해 남쪽 끝 라파 지역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이 지역 과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피란민들이 질병 등에 노출될 우려가 커졌다.
22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에서 라파 지역으로 온 수만명의 가자지구 피란민이 열악한 생활 환경에 놓여 있다. OCHA는 라파의 인구밀도가 1㎢당 1만2000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교전 발발 이전보다 4배로 증가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초고밀 대도시로 꼽히는 서울(약 ㎢당 1만6000명)에 육박하는 수치로 주민수의 증가 속도와 부실한 인프라를 고려하면 라파 지역의 밀집도는 수용능력을 한참 초과한 셈이다.
OCHA는 “피란민을 수용하고 보호하는 시설에는 화장실과 적절한 위생시설이 없거나 매우 부족하며 구호품 배급소 앞에는 수천명씩 줄을 서 있다”고 설명했다.
라파 지역에 피란민 유입이 급증한 건 이스라엘군의 작전 확대와 관련이 크다. 유엔의 보호시설이 대거 조성됐던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곳곳에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리면서 가까스로 가자 북부에서 내려온 피란민이 또다시 최남단 라파로 대거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라파로 들어온 피란민들은 빈 건물과 학교 등지로 몰려들었고 이마저도 가득 들어차자 유엔 측은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급히 수백동의 텐트를 설치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구호품으로 충당 못 할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라파 지역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피란민에게 배급했다.
OCHA는 “지난주 내린 비로 텐트와 임시 대피소가 물에 잠기면서 피란민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며 “열악한 환경은 질병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피란민 과밀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