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다를 지키고 있는 46명 전우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2010년 3월26일 당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승조원이었던 류지욱 중사가 밝힌 소감이다. 그날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하며 승조원 중 46명을 잃었던 천안함이 13년 만에 튼튼한 새 함정으로 거듭나 바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류 중사는 구형 천안함의 생존 장병들 중 유일하게 신형 천안함에 탑승해 서해 수호의 임무를 이어간다.
23일 해군에 따르면 신형 호위함 천안함(FFG-Ⅱ)이 서해를 지키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 작전 배치됐다. 신형 천안함의 통신 부사관을 맡고 있는 류 중사는 그 어느 승조원보다 감회가 새롭다. 신형 천안함은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으나, 46용사의 호국정신만은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함정 내부에 46용사를 기리고자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역사관을 조성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류 중사는 “최신예 호위함으로 부활한 천안함에 승함해서 2함대에 입항하니 하늘에서 바다를 지키고 있는 46명 전우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3년 전 완벽한 서해 수호를 위해 다짐했던 순간을 가슴에 담고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해 전우들의 명예를 사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수량 1000t의 초계함이었던 구형 천안함과 달리 신형 천안함은 2800t급 호위함이다.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 최고 속력 30노트(시속 55㎞)로 해상작전 헬기 1대도 탑재가 가능하다. 5인치 함포, 함대함 유도탄, 함대지 유도탄, 장거리 대잠 어뢰, 유도탄 방어 유도탄 등의 무장을 갖췄다.
신형 천안함은 예인선배열음탐기(TASS)를 탑재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다. 이는 구형 천안함에는 없었던 장비와 기능이다.
천안함 전사자 중 한 명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각계각층이 낸 성금 등을 모아 해군에 기부한 돈으로 구입한 기관총도 신형 천안함에 장착됐다. 이른바 ‘3·26 기관총’이다. 천안함이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서쪽 약 1㎞ 지점에서 북한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했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기관총 이름에 날짜를 붙였다.
13년 전 천안함 폭침으로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한주호 준위는 순직했다. 이들을 비롯해 서해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호국정신을 되새기고 널리 알리고자 매년 3월 네번째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지정해 기린다. 올해 3월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며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서해 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