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국’에 이어 ‘쌍특검 정국’으로 여의도 국회가 다시 얼어 붙고 있다. 28일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동훈의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2건의 특별검사 도입 관련법을 놓고 격렬한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정의당 이은주 발의)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정의당 강은미 발의)등 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은 그 사안의 실체적 진실과 관련없이 내년 4월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주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에게도 특검법 처리 문제는 정치권 데뷔 후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막딱드린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검 정국을 잘 돌파한다면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안정적으로 총선 관리를 위한 당 체제 정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 정국에서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과의 파열음이 불거질 경우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동훈 리더십 시험대···대통령 배우자 겨냥 특검법 향방은
한 지명자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특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법 앞에 예외는 없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다.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도 있다”며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총선 최대의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특검이 출범하게 될 경우, 당장 특검 후보와 특검 구성과 수사 범위, 수상 진행 상황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 전달되면서 모든 이슈가 블랙홀처럼 특검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 전 특검 출범은 피하고 싶은 상황인 것이다.
특검 처리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여의도 정가에 떠돌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있다. 특검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셈이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등에 업은 민주당이 강행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통과는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특검 출범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효과가 있지만 후폭풍이 우려된다. “법치주의 앞에 어떤 성역도 존재할 수 없다”는 명분에서 야당이 노리는 정치적 프레임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독소조항 제거, 선거 이후 특검 실시’라는 조건부 수용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지명자가 지난 19일 특검법을 국회에서 거론하면서 독소조항을 언급한 이후부터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이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충돌을 피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검법의 내용을 여론에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총선 후 특검 수용이라는 방안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이 특검은 조건도 되지 않는, 야당의 사법 테러”라며 시기적으로 총선만 피한다면 당당하게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 “민심교란용 악법” 야, “쌍특검 받아야”
여야는 지난 21일 2024년도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특검법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배우자를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공격하는 특검법에 대해 절대 불가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민심 교란용 악법인데 그걸 어떻게 받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지명자를 거론하며 특검법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지명자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과감하게 할 소리를 하라”고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쌍특검’도 받자고 하고,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이번 기회에 털어내 당당한 대통령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한동훈이 뿌린 ‘법 앞에 예외가 없어야 하고, 국민이 보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는 말을 실천할 시간”이라며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른바 ‘쌍특검법’은 지난 3월 발의됐다. 국민의힘이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기로 합의했고, 4월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이들 법안은 180일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이 지나면서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본회의 부의로부터 60일이 지난 시점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만큼 28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해진 셈이다.
만약 양측 합의가 실패하고 29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이 통과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충돌은 물론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새해 정치권의 일대 격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