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기 전 장례 가능할까…노동계, 분신한 방영환씨 투쟁 문화제

노동계가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55)씨 분향소 철거 책임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26일 투쟁 문화제가 열리는 가운데 연내 방씨의 장례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공공운수노조와 방영환열사 대책위원회는 분향소 철거 과정에 책임이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장과 강서구청 책임자 등을 집회방해와 공동폭행 및 공동상해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2일 강서경찰서 경비과장, 정보과장, 교통과장 등 주요 지휘가 모두 출동해 강서구청 담당 팀장과 함께 공모해 대규모 경력을 동원해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분향소를 철거했고, 이 과정에서 집회참가자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1명은 팔목이 골절되어 수술을 받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 마련된 고 방영환 씨 분향소에서 방영환 열사 대책위 회원들이 택시 완전월급제 도입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책위는 26일 강서구청 사거리에서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방씨의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방씨에게 폭언을 가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재만)는 18일 근로기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로 해성운수 대표 정모(51)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3월24일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10일에는 고인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으며, 8월24일에는 1인 시위 중인 방씨에게 화분 등을 던지려고 위협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방씨가 사망한 지 한달 여 뒤인 11월3일에는 회사 회의 중 언쟁을 하던 해성운수 전 직원 A(71)씨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소화기로 위협한 혐의도 제기됐다. 폭행 피해자 A씨는 얼굴 뼈가 부러지는 전치 4주 이상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개로 정씨는 지난 7월15일 고속도로에서 보복 운전을 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방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고, 그의 분신 사망에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다른 곳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이송받고, 해고 관련 민사 기록을 확보해 고인의 분신 경위와 정씨의 범행에 대해 전면적인 보완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수사에서 정씨는 부당해고 소송을 통해 방씨가 복직한 뒤에도 해고 기간 임금 지급을 거부하며 경제적으로 괴롭혔고, 고인을 폭행하고 협박하거나 그에게 받은 사적인 편지를 회사 앞에 게시해 모멸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정씨에게 폭행당한 A씨 사건을 추가로 밝혀내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고인의 딸 희원(31)씨는 방씨가 사망한 뒤 “부친이 정씨의 악행으로 분신하였으니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접수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거듭된 갑질로 매우 힘들어했다’는 지인들 진술과 방씨의 유서 등에 비춰 정씨가 분신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방씨의 유족과 A씨에 대한 피해자지원 조치를 하는 한편, 정씨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인 방씨는 추석 연휴 이틀 전인 지난 9월26일 오전 8시30분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지난 10월6일 오전 6시18분쯤 사망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 11일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