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마세요!” 인증사진 찍으려 10만 몰린 명동…‘아찔’ 크리스마스

백화점 외벽 등 촬영 위해 몰려
경찰 안내에도 질서 관리 역부족
시민들 “안전사고 날까 걱정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 파사드 촬영을 위해 몰린 시민들.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네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명동 거리를 비롯한 서울 곳곳은 성탄절 연휴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내내 북적였다. 좁은 거리를 꽉 채운 인파에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아찔한 장면도 종종 연출됐다. 잠시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도 있었으나 반짝반짝한 거리 분위기에 이내 웃음 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가 찾아온 24일엔 해 질 무렵부터 오후 늦은 시각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 인도나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중앙우체국 쪽은 백화점 미디어 파사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이들로 특히 붐볐다. 200m 이상 대기줄이 이어지며 길을 지나던 행인도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신세계백화점 미디어 파사드는 성탄절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인증사진 성지’로, 올해 역시 구름 인파가 몰렸다.

 

오후 7시쯤이 지나 밤이 될수록 성탄 전야를 즐기려는 인파가 늘어나며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백화점 본점 건너편 거리부터 명동역까지 사람들이 꽉 차자 “밀지 마세요”, “좀 지나갈게요” “오늘 잘못 나왔다” 등의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강모씨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며 “오늘 낮에 성수 쪽에서 놀다 미디어 파사드를 보기 위해 명동으로 넘어왔는데 어딜 가든 북적이고 대기가 있다. 특히 여기 명동이 최고조인 것 같다. 뒤에서 자꾸 밀어서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거리 곳곳 경찰 등 안전 인력이 배치돼 경광봉을 흔들며 “이동해달라”고 반복해 소리치며 우회나 일방통행을 안내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서울 중구청은 이날 명동 성당 일대를 비롯해 조형물이 설치된 백화점 주변 등 방문객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8곳에 인파 관리 요원들을 집중 배치했지만,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잠시였다.

 

사진을 찍으려 갑자기 멈춘 사람들, 역에서 나와 이동하려는 사람들, 서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 등이 뒤엉켜 금세 북새통이 됐다. 행인끼리 부딪혀 손에 든 음료를 쏟거나 뒤에서 미는 인파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곳곳에서 짜증 섞인 외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백화점을 구경하러 경기 남양주에서 왔다는 임모씨는 “날씨도 춥고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사람들이 조금 날이 서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충돌이 있어도 서로서로 웃고 넘어가려는 것 같긴 하다”며 “아내와 저도 혹시 안전사고가 날까 계속 긴장 상태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명동 인근에 9만8000명이, 홍대입구역과 일대에는 8만명이 운집했다. 경찰은 성탄절 연휴 동안 시내 주요 지역에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명동에는 경찰 기동대, 교통경찰 등 210여명과 방송조명차 1대가 배치됐다. 홍대입구 등 마포구에는 220명, 이태원 등 용산구에는 180명, 강남역 일대와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는 1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