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에서 프로 선수가 경기 중에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환호하고, 뜻대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각자의 방법으로 화를 푼다. 속으로 화를 삭이는가 하면 자책하는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을 쏟아내는 선수도 있다. 다만 그 수준이 ‘정도’를 넘어선다면 심판에게 경고를 받고, 팬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슈퍼스타’ 김연경(35)도 누구보다 감정 표현에 충실한 선수다. 지난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정관장과 경기에서도 그랬다. 시즌 초반 9연승을 달리며 리그 선두로 나섰던 흥국생명은 지난 4경기에서 3패를 당하며 2위로 주저앉았다. 리더인 김연경에겐 정관장전에서 연패를 끊는 승리가 절실했고, 팀 내 최다인 22점(공격 성공률 48.78%)을 몰아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에 앞장섰다.
승리의 일등 공신인 김연경은 이날 경기 막판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장면을 보였다.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8-8 상황에서 연속 득점으로 10-8을 만든 김연경은 다음 공격에서는 상대 블로킹에 막히고 말았다. 공격에 실패하자 분을 참지 못한 김연경은 소리를 지르며 공을 코트에 강하게 때려 코트 밖으로 날려버렸다. 자신을 다잡기 위한 분노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에 주심이 제지에 나섰고, 김연경은 다시 침착하게 다음 플레이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