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민주당 폭주 막을 것” 대야 전면전 선포… 극한대치 예고 [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

韓 취임사로 본 비대위 앞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해야만 공천”
민주당의 ‘586정치’와 차별화 나서
당정 수직관계 지적엔 “동반자 관계”
12분 연설에서 ‘동료시민’ 10번 언급
野 “김건희 특검법이 尹 아바타 가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취임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폭주를 막고 운동권 정치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여당의 새 사령탑인 한 위원장이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이대로 가면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와 전제를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맞이한 어려운 현실은 우리 모두 공포를 느낄 만하다”며 ‘대야 투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면 헌신해야 한다”며 “용기와 헌신은 대한민국의 영웅들이 어려움을 이겨낸 무기였다. 우리가 그 무기를 다시 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윈스턴 처칠 영국 전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호남에서, 영남에서, 충청에서, 강원에서, 제주에서, 경기에서, 서울에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용기와 헌신으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시 내각을 이끈 처칠 전 총리는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이다”고 연설했다.

이어 “게임과 달리 정치는 누가 이기는지 못지않게 왜 이겨야 하는지가 본질”이라며 “우리가 왜 이겨야 하는지, 이겼을 때 동료 시민과 이 나라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에 대한 명분과 희망이 없다면 주권자 국민은 주인공이 아니라 입장료를 내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선당후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저는 선당후사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부터 선민후사를 실천하겠다”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로 민주당과의 차별점도 내세웠다. 그는 “우리 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분들만을 공천할 것”이라며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출당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달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께 헌신할, 신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들을 국민들께서 선택하실 수 있게 하겠다”며 “공직을 방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여전히 한 위원장이 ‘수직적 당정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당정관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서로 보완하고 동반자적 관계이지 누가 누구를 누르고 막고 이런 식의 사극에 나올 법한 궁중 암투는 지금 이 관계에선 끼어들 자리가 없다”면서 “우리(당)는 우리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악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한 위원장은 약 12분간 이어진 수락 연설에서 ‘동료시민’이란 단어를 10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언급하며 “미래와 동료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동료시민들의 삶을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그 마음으로 살았고, 지금은 더욱 그 마음”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도 “저는 잘하고 싶었다. 동료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동료시민’이란 표현에 대해 “평소에도 많이 쓰던 표현”이라며 “민주 사회를 구성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간의 연대와 동료 의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동료시민이라는 말을 평소에도 많이 써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한 위원장의 정치권 데뷔 첫날부터 날 선 견제 발언을 쏟아냈다.

한민수 대변인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국정 공백도 불사하는 대통령의 무책임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 위원장의 장관직 사퇴와 이를 재가한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행정 공백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이 분은 법무부 장관일 때도 공직자로서의 공명정대함이나 중립성이 아니라 한쪽을 강하게 편드는 편향성을 보여줬다”며 “이제 정치인이 됐으니 더 편향될 것”이라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그동안 한 전 장관은 검사로서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법정에 섰겠지만, 이제는 건건이 ‘민심의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이야기가 그가 ‘윤석열 아바타’인지 아닌지 가늠할 첫 실험대이자 중요한 실험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