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 모처럼 함박눈이 쏟아졌다. 지하철을 탈 요량으로 역까지 데려다 줄 택시를 호출했다. 고맙게도 택시기사가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왔다. 인사를 건네는데 “아니 이 넓은 아파트도 이중주차를 하느냐”며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한눈에 봐도 택시가 지나기 힘들 정도로 얌체 주차는 극성이다. “차량을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많다”고 하자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는 무려 8대의 차를 보유한 세대도 있다며 목청을 높인다. 자연스럽게 “설마”가 튀어나오고, “할아버지 할머니에 부모, 자식까지 출퇴근용 법인 차량에 자가용까지…. 기본 2대 이상이니 다툼은 일상”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파트 시설도 문제지만 공동체 규범은 아랑곳없이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비양심, 파렴치(破廉恥)가 만연한 탓이다. 올 한 해 자주 목격된 장면들이다.
지난 4일 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급 외제차 차주가 주차면 3칸을 차지하고는 떡하니 ‘가로 주차’를 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차주는 장애인 전용구역에 몇 차례 차량을 세웠다가 불법주차 신고를 당한 데 앙심을 품고 이런 행동을 벌였다고 했다. 뻔뻔함이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남 한복판에서 주차 시비 도중 흉기로 상대방을 협박한 20대 람보르기니 차주가 재판에 넘겨진 일이나, 약물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경우가 그렇다. 이들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간의 분노가 폭발했다.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야 할 교육의 근간이 무너진 탓이기도 하다. 지난 7월18일 발생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비롯된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추락은 이런 염치없는 사회 그 자체다. 학생들 싸움을 말리다 고소를 당하는 교사가 부지기수라거나, 교사 99%가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경험했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학부모의 타깃이 돼 아동학대 누명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다반사다. 스승과 제자가 있어야 할 학교가 법적 다툼이 횡행하는 전쟁터로 변모했다. 한여름 뙤약볕에 전국의 교사 20만명이 길거리로 나섰다. 교권 우롱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발버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