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의 인적 쇄신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여권 주류 인사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론’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27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말로만 ‘헌신하겠다, 헌신하자’라고 하면 다들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개인의 바람보단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되는 길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불출마는 당 주류의 희생을 유도하며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위원장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당내 움직임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이날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이) 본인이 불출마했다고 해서 공천 물갈이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은 곧 출범할 비대위 역시 비(非)정치인을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원은) 당연히 비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거면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땀 흘려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정치에 입문하자 그를 둘러싼 ‘팬덤정치’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 지명된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6일 동안 모인 정당 후원금이 1억4000여만원으로 급증 추세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팬클럽 사이트 ‘위드후니’ 등에선 당원 가입 인증 운동이 벌어졌다. 게시판에는 “난생처음 당원 가입이란 걸 해본다”, “추천인은 한동훈으로 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회원들은 한 위원장의 공개 일정을 찾아다니고, ‘저지방 바나나맛 우유’ 같은 한 위원장의 취향이나 복장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