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에는 강연 요청을 왕왕 받는다. 지난해에도 ‘시대 변화와 미래 대응’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화두로 인공지능(AI)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 시점을 예측하며 새 시대로의 도약을 가늠하는 자리였다.
1년이 흘러 다시 새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변화에 새삼 놀라는 요즘이다. 특히 생성형 AI ‘챗GPT’로 전 세계가 들썩인다. 내년에는 AI와 기존 기술의 융합이 혁신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가을, 전북 장수의 사과 농장에 방문했을 때다. AI 기반의 진단 앱을 켜면 병해충 발생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식과 기술의 융합해 빚은 성과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AI와 결합한 병해충 진단 앱의 성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일단 병해충 영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징 부위를 자동으로 인식해 병명과 치료 약제까지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사람의 눈이 사물을 알아보는 정확도(95.3%)보다 영상진단의 정확도가 더 높다. 앞으로 병해충 관리에 드는 농가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리라 기대된다.
최근에는 ‘2023 농업과학기술 성과공유대회’를 개최했다. 그간 추진해 온 연구업무 성과를 한데 모아 공유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대국민 설문 결과를 통해 우수 성과를 선정해 의미를 더했다. 5000여명의 온라인 투표 결과로 선정된 우수 성과 15개에는 농업인과 소비자, 기업체까지 참여하는 소통의 시간도 됐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우수 성과 중 농업인구의 인구 감소와 이상기후에 대응한 스마트농업 기술 성과도 꼽혔다. △인공지능(AI) 병해충 진단 앱 △밭농업 기계화·자동화 기술 △농장단위 기상재해 알림 서비스 등이 그것인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의 혁신이라 하겠다.
우수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현안을 넘어 미래 세대까지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그 연구의 중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이 가운데 벼 품종 ‘밀양360호’ 육종은 논에서 메탄 발생을 감축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후변화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에 소개되며 인정받았다. 또한 외국산 밀가루를 대체하고자 개발한 가루쌀 ‘바로미2’도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확인돼 앞으로 탄소 저감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섯을 키우는 배지도 플라스틱 대체자원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폐기물이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 필요하지만, 이 친환경 포장재라면 1∼2년 내 생분해된다. 모두 우리의 지구를 위한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이 미래 성장의 동력이자 국민의 행복을 위한 씨앗이 될 그날을 위해 진심으로 연구개발에 힘써 왔다. 앞으로도 농업은 스마트하게, 농촌은 매력 있게, 그리고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실현하는 농업과학기술의 혁신에 앞장설 것이다.
더불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지구촌 공동의 농업 현안 해결을 위한 기여도를 높일 방안도 다각도로 고민하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2024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