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져 70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시신을 고무통에 담아 옮기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배모 씨(48)는 의붓어머니 이 모씨(75)를 살해 및 유기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송치됐다.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은 배 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함께 배 씨 사건을 담당한 영등포경찰서 김요한 경장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배 씨는 의붓어머니 이 씨의 기초연금과 누나의 장애인 연금 통장을 훔치려다 이를 제지하는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했으며, 시신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예천의 한 하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했다.
‘관리하는 독거노인(이 씨)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주민센터 측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 씨 휴대전화를 추적했고, 위치는 지난해 사별한 이 씨 남편의 고향인 경북 예천군으로 나타났다.
김요한 경장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에 출연해 “처음에는 이 씨가 남편을 그리워해서 예천으로 혼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헬기와 경찰견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사에도 이 씨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이 씨 주거지 부근에 설치돼있는 방범용 CCTV를 확인해 인근 고시원에 거주하던 의붓아들 배씨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CCTV에는 배 씨가 계모 이 씨를 따라 집으로 들어간 뒤 한참 뒤에 혼자 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다음날에는 배 씨가 이 씨 집에 다시 방문, 커다란 빨간 고무통을 힘겹게 굴리며 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배 씨는 이 고무통을 준비한 검은색 렌터카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렌터카 번호를 특정했고, 해당 차를 찾아냈다. 배 씨가 빌린 차의 트렁크에서는 혈흔 반응이 나왔고, GPS 기록을 통해 배 씨가 경북 예천군에 내려간 사실도 확인됐다.
배 씨의 범행을 확신한 경찰은 지난달 17일 오후 8시 20분경 수원의 한 모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지난 4월 실직한 배 씨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 경정·경륜 배팅과 인터넷 방송 후원에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직전 그의 채무는 2000여만 원에 달했다.
배 씨는 혼자 사는 이 씨의 기초연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고, 이씨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으려 했다. 또 이 씨가 사망할 경우 자신이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허위 유언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의붓어머니를 살해했음을 자백한 배 씨는 강도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