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국 보건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는다. PCR(유전자증폭) 검사 건수가 감소했고, 보건소 기능을 정상화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시민들은 그간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고생해준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고, 의료진은 “힘들었지만, 시민들의 응원 덕에 뿌듯했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용산구보건소와 용산구청 사이 두 개 컨테이너 박스에 차려진 선별진료소는 직원 두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건소 관계자는 “오늘 4명이 검사를 받았다”면서 “요즘에는 예전보다 방문하는 시민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2023년 12월31일 오후 1시까지 검사 가능’이라고 적힌 운영 중단 안내문을 바라보며 “그동안 의료진들이 고생 많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0년 여름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서해준(30)씨는 “한여름 더운 날씨에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 덥고 불편해 보였다”며 “간이로 지어놓은 건물에서 다들 너무 고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정체를 알지 못하던 확산 초기부터 감염이 의심되는 시민들을 대면해온 보건소 의료진은 일반 시민이나 다른 의료진보다도 우울·불안 증상이 높았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고양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간호사 강혜수(28)씨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때에는 노약자 등 감염 취약자의 선별진료소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PCR 검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역지침을 정확하게 습득하고 실수 없이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감염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컸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의료진은 시민들 덕에 힘을 내곤 했다. 23년차 간호사 김현경(46)씨는 ‘같은 장소에 있기만 해도 감염이 된다’는 얘기까지 돌던 확산 초기 감염이 의심되는 시민의 가정에 방문해 검사를 진행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을 본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어느 집에 감염자가 나온 거냐”는 민원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그는 계단에 숨어 방호복을 입곤 했다. 김씨는 “겨울이면 추위 속에서, 여름에는 더위 속에서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며 정신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컸다”면서도 “시민들의 손편지, 칭찬 한마디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로서 감염병 예방에 기여하고 위기에 동참할 수 있었던 모든 시간은 추억과 사명감으로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추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