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발생한 화재 속에서 딸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박모(33)씨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유족과 친구, 교회 교인 등 조문객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릴 때 유족들은 “이럴 수 없다”며 오열했다. 시신 운구 차량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간 뒤로도 발인에 참석한 이들은 눈물을 훔치며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밖을 서성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박씨의 발인식은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인 전부터 빈소 안은 조문객으로 가득 찼고 기도와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중간에 섞여 나오던 울음소리는 예배가 끝난 뒤 유족이 고인의 영장사진을 들고 나오자 더 커졌다. 발인 예배를 집도한 목사는 “모든 여정에 주님이 함께해주시고 부활과 생명의 소망으로 가득하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라며 하늘나라로 가는 박씨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두 딸과 박씨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는 생명을 건졌다. 척추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은 정씨는 전날 오후 5시쯤 박씨 입관을 앞두고 빈소를 찾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화재 최초 신고자인 10층 거주자 임모(38)씨 발인도 이날 오전 7시쯤 엄수됐다.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가장 마지막으로 집을 나선 임씨는 연기 흡입으로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고 다음 날인 지난 26일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담배꽁초와 라이터 등을 결정적 증거물로 보고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발화지점은 70대 부부가 살던 아파트 301호 안 작은방으로 특정됐다. 경찰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70대 부부가 퇴원하는 대로 입건해 실화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