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치인 중용한 한동훈 비대위, 혁신으로 기대 부응하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0대, 비정치인이 주력인 새 비대위원들을 어제 공개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직접 인선한 지명직 비대위원은 8명이고,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 2명이 당연직 비대위원이다. 지명직에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고, 지난 6월 소신 있는 대정부 질의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새 비대위의 특징은 ‘40대, 비정치인’이다. 당연직 2명과 김 의원 외에는 정치인이 없다. 한 위원장이 “정치인 위주로 비대위를 꾸릴 거면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대로 비정치인들을 대거 내세웠다. 나이도 평균 43.7세로 이전 비대위보다 상당히 젊어졌다. 비대위원 10명 중 6명이 40대 이하다.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SOL 윤도현 대표는 21세로 최연소다. 그는 18년 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자립한 20·30세대의 아이콘이다.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 전 세계보건기구(WHO) 담당관 출신 한지아 교수 등 여성도 3명 포함됐다.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인선이라 할 만하다.



86운동권이 주축인 더불어민주당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인선도 눈길을 끈다. 한때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사무처장을 맡았지만 이후 운동권 세력을 강하게 비판해온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참여연대 출신으로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한 위원장이 강조한 운동권 특권 타파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변호사, 의사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도 ‘새로운 피’로 주목받는다. 이번 비대위 인선이 성공 사례였던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위가 당·정 관계를 어떻게 풀지는 숙제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김기현 전 대표 때 당이 ‘용산 출장소’라는 비판을 산 것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공천관리위원장 인선도 중요하다. 도덕성과 실력을 인정받는 인사를 내세워야 혁신 공천이 가능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비대위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게 당을 변화시킨다면 지지가 따라올 것이다. 혁신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 야권에도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