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지자체 자율 통제…제도 활성화 역행”

고향사랑e음 한계…민간 개방 활성화 방안 모색
‘고향사랑기부제, 1조원 시대 열려면’ 국회토론회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자치단체 자율을 통제해 제도 활성화에 역행한다며 민간 개방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9일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위원장 권선필 목원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1조원 시대 열려면’이란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권인숙(비례대표)·송재호(제주 제주시갑)·이성만 (인천 부평구갑) 국회의원과 한국지방자치학회,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1조원 시대 열려면’이란 주제의 토론회.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제공

송재호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홍보 규제 완화, 기부금 상한액 증액 등 일부 제도개선 내용이 통과됐지만 기획재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각각 다른 의견을 추가로 제시하는 상황”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십분 공감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석원 사단법인 열린옷장 사외이사는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 접수처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일정보시스템 운영으로 경직성과 기부자 접근성 불편, 사용 시 지속적인 문제 발생,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모금에 대한 과도한 개입 등으로 인해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면접수창구를 늘리더라도 고향사랑e음 단일의 온라인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 독점시스템으로 경쟁이 없어 서비스에 대한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부자의 효능감과 기부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모금 방식은 모금의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과 지역이 주도하는 기부 채널로 다각화하고, 처벌 규정을 완화해서 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부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함보현 변호사는 ‘현행 법률로 가능한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이란 주제발표에서 “법률을 검토할 때 고향사랑기부제의 입법취지와 제도의 목적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하고 “지자체는 자율적이고 창발적으로 모금해야 하고, 행안부는 합리적인 규제와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의 가능 큰 문제는 법률의 취지를 시행령이 막고 있는 것이고, 법률 제8조 제1항의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 대한 행안부의 보수적인 해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규제를 최소화하고 지자체 자율적으로 플랫폼을 구축‧운영‧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좌장으로 진행한 토론에서 문정목 행안부 균형발전진흥과 사무관은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민간플랫폼과 관련한 부분은 입법되지 않아 명확한 근거를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민간플랫폼 진입 허용에 대한 논의가 안 된 것은 시기상조라는 국회의 입장이라고 본다”고 행안부의 입장을 밝혔다.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은 “민간플랫폼을 이용한 결과 모금실적, 민간플랫폼의 모금 기획, 마케팅 지원과 구의 홍보예산 절감 및 기부자 관리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은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행안부에 ’그 밖의 공개된 장소‘를 근거로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 가능 여부를 묻는 질의에 답변이 없었고, 8월 행안부가 동구에 모금중단 공문을 보냈을 때는 기부자와 기부 한도 사전 확인 여부였는데, 이제는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 대한 해석으로 모금중단을 요구한다”며 담당 사무관이 바뀔 때마다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에 대해 입장이 바뀌는 행안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장관, 차관, 실무자까지 민간플랫폼 진입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법 개정보다 시행령이나 지침 개정을 통해 쉽게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임채홍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은 “지방재정은 구조적으로 중앙과 지방간 수직적 불균형 문제와 인구감소로 인한 교부금 감소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지자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향사랑e음을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위탁‧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민간외주업체가 운영하는 현실”이라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경곤 전 KT 인터넷 추진본부장은 “고향사랑e음은 일방적 소통이 이뤄지는 고향사랑기부금 온라인 접수처이자 웹사이트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기부금 지정처 제시 등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에 부합하는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경쟁을 통한 효율화, 비용절감 등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