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 물리칠 ‘한국산 방울뱀’, 위력은 얼마나 강할까 [박수찬의 軍]

한국형전투기 개발 계획이 처음 윤곽을 드러낸 2000년대부터 거론됐던 국산 항공무장 개발사업이 이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9일 제15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5∼2035년까지 5919억원을 투입, KF-21에 장착할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게 된다.

 

방위사업청은 “전투기 기본무장인 공대공미사일을 개발에 자주국방에 기여하고 KF-21과 연계해 수출 경쟁력 동반 상승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 무장사가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만지고 있다. 한국이 개발할 신형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AIM-9X와 유사한 성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30년대 KF-21에서 운용될 듯

 

한국은 과거부터 미사일 개발과 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쌓았지만, 항공무장 개발은 더뎠다. 

 

외국산 전투기에 국산 항공무장을 체계통합하려면, 전투기 수출국 승인이 필요하다. 

 

승인을 받아도 전투기 제작사에 많은 돈을 내야 하고, 무장 관련 기술 자료도 제공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는 KF-21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산 항공기가 있으므로 항공무장을 개발해서 체계통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방위사업청이 최근 공대공·공대함·공대지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2040년대까지 개발하는 중장기 항공유도무기 발전전략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KF-21 탑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군 당국은 공대공미사일 개발에 주목했다.

 

현재 KF-21은 독일 딜(Diehl)의 아이리스 티(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영국 MBDA의 미티어(Meteor)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KF-21 전투기에서 공대공미사일을 투하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빠른 속도와 장거리 타격력을 갖춘 미티어 미사일은 미국산 AIM-120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

 

반면 사거리 25㎞의 IRIS-T는 2005년 전력화됐다는 점에서 2040년대 이후에 벌어질 공중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유럽은 프랑스 주도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FCAS)의 일부로 IRIS-T를 대체할 미사일 개발을 추진중이다.

 

한국도 2030년대 이후의 IRIS-T 추가 소요를 충족하면서, IRIS-T보다 우수한 무기를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사업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KF-21 외에 다른 기종에도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이 쓰일 가능성도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선은 KF-21 장착용으로 하되 추후 다른 기종에도 장착될 지는 항공기 무장체계 통합 측면에서 기술적·정책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검토가 현실화하면, 국산 FA-50 경공격기에 쓰이는 미국산 AIM-9M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개발된 AIM-9M을 한국 공군은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도입, 300여발을 갖고 있다.

 

1980년대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전투기 다수를 격추한 AIM-9L을 개량한 AIM-9M은 도입 당시엔 우수한 성능을 지녔지만, 현재는 북한 외에는 위협이 되지 못하는 상태다.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는 공군 F-15K, F-35A에서 쓰이는 미국산 AIM-9X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최신형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KF-21에 쓰이는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울뱀’이라는 뜻을 지닌 AIM-9 사이드와인더는 1960년대 이후 개량을 거듭, 2003년 AIM-9X가 등장했다. 

 

AIM-9X의 가장 큰 특징은 발사 전 자동추적(LOBL), 발사 후 자동추적(LOAL) 기능이다. 

 

발사 전 자동추적 기능은 전투기에 장착된 미사일이 자체적으로 탐색기를 사용해 표적을 탐지 및 추적한다. 이후 표적을 향해 발사된다. 발사 후 자동추적기능은 미사일을 쏘면 전투기에서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제공한다.

 

AIM-9X는 2009년에 등장한 블록2에서 데이터링크를 사용한 발사 후 자동추적기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가시거리 밖에서도 공격한다.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를 개발하려면 주변국 스텔스기 위협 등을 고려해야 한다. 

 

J-20, J-35 등의 스텔스기는 먼 거리에서 탐지하기가 어렵다.

 

KF-21이 출격한다면 적 스텔스기의 선제공격을 피한 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로 근거리 공중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우수한 적외선 및 열추적 능력, 추력편향(TVC) 기술을 통한 50G 이상의 고기동 비행 능력과 긴 사정거리 등이 필수다.

 

데이터링크와 적외선 영상 탐색기 제작 기술, 데이터링크를 활용해 미사일을 표적으로 유도하는 기술도 필수다.

 

정비사들이 KF-21에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데이터링크는 소형화·경량화가 이뤄져야 하며, 탐색기는 적기가 살포하는 플래어를 식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수다. 

 

가격은 최대한 낮추면서 성능은 AIM-9X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하고, 미래에 무인기에서 쓰일 가능성을 고려해 대량탑재를 할 수 있도록 크기도 소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선행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데이터링크 등의 관련 연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23일 제3회 항공유도무기·항공전자 발전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단거리 공대공유도탄 데이터링크와 탐색기 개발 현황 등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고, 단거리 공대공유도탄 탐색기 및 모의기도 전시됐다. 

 

2020년대 중반까지 핵심기술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이를 토대로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체계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대공미사일 양산 노하우 축적도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무장을 생산한 것은 KGGB 외에는 없다. 

 

해성 대함미사일과 천궁 지대공미사일을 양산하기는 했으나, 공대공 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일이다. 생산라인 설정과 장비 및 치공구 확보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이와 관련해 LIG넥스원은 지난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독일 딜과 IRIS-T 국내 생산 및 정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에 IRIS-T 생산·정비 기반이 갖춰지면,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개발 및 양산, 정비 관련 경험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생산 라인 구축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과거 한국 육군에서 쓸 전차와 장갑차를 만들 때, 미국산 M48 전차와 M113 장갑차를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정비를 하면서 기술자료와 생산경험을 쌓았다. 이는 K1 전차, K200 장갑차를 개발·생산하는데 도움이 됐다.

 

공군 F-5 전투기들이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채 훈련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고려할 변수도 적지 않아

 

변수도 있다.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은 플랫폼인 전투기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성능을 낸다. 

 

내년도 국방예산에 KF-21 초도양산비 2300억여원이 반영됐지만,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조사 등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초도양산 규모는 20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KF-21 양산 문제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KF-21 또는 FA-50과 미사일 간 체계통합도 변수다. 국제적으로 철저히 검증된 F-15K와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의 체계통합은 3년이 걸렸다.

 

신규 개발된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을 KF-21에 체계통합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F-15K와 타우러스의 체계통합보다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이는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전력화 시기 지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KF-21과 별도로 국산 FA-50에 쓰는 구형 공대공미사일을 시급히 대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항공기를 이용한 군사작전에서 항공무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투기 성능이 다소 뒤지더라도 첨단 무장을 갖추면 전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에 수출될 FA-50PL의 상상도. AIM-9X가 탑재될 예정이다. KAI 제공

우크라이나가 공중전에 쓰기에는 어정쩡했던 Su-24 전폭기에 영국산 스톰 섀도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 Su-24를 전략적 타격력을 갖춘 무기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국산 항공기인 FA-50에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를 장착하면 KF-21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기술적·정책적 측면에서 여의치 않다면 AIM-9X를 탑재해서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폴란드 수출형인 FA-50PL에 적용된 사항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 내 전투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항공무장은 플랫폼 등의 제약으로 국내에서 개발이 쉽지 않았던 분야다. KF-21의 등장으로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군과 방위산업계는 항공무장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다만 전력증강과 기술 축적, 방위산업 진흥 효과를 모두 확보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개발 기간 동안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개발 사업은 향후 국산 항공무장 개발과 양산, 운용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사업으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