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겨냥 입법엔 ‘폭주’… 결국 해 넘긴 민생법안

여야, 재정준칙 도입 공언 공염불
주택법 개정안도 소위 통과 못해
총선 코앞인데 선거제 개편 제자리
쌍특검 등 정쟁 밀려 민생은 뒷전

여야가 민생 법안 논의를 위해 발족한 이른바 ‘2+2 협의체’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각종 민생 법안 처리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정부의 연내 ‘재정준칙’ 도입 공언도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주택법 개정안도 국토교통위원회를 넘지 못해 정부가 올 초 세제와 청약 등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입법 공백으로 애먼 시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8인, 재석 180인, 찬성 18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지층만 의식한 쌍특검법 등 정쟁성 법안 처리를 두고 볼썽사나운 공방만 벌이느라 정작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민생 법안 처리에는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유통산업발전법, 소상공인3법, 우주항공청설치법, 한국산업은행법 등 여야 2+2협의체가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한 20개 법안 중 5개 법안만이 상임위 소위나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민주유공자법, 지역의사제, 공공의대법 등 여당이 이견을 표한 쟁점 법안들을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지만 이들 법안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막혀 결국 연내 본회의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60일 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므로 이들 법안은 내년 초 본회의서 표결될 가능성이 있다.

여야는 지난 6일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하며 2+2협의체를 출범하고 매주 화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했지만 3주가 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7일 3차 회의에서도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여야 간 협상의 실마리 역할을 해 온 2+2협의체의 유명무실화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가결시키고 산회되자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시스

여야 정쟁 속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공언도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를 일정 수준 내로 관리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하는 규범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고, 여당이 이 같은 취지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냈지만 정쟁 속 번번이 뒷전으로 밀렸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불발된 가운데,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등 산재한 안건에 대한 논의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서 수요자 혼란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제 개편도 해를 넘기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및 위성정당 창당을 둘러싼 내부 이견을 한 달째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다당제 확립 및 위성정당 창당 금지를 공약했는데 정작 총선이 임박하자 입장을 번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유튜브 중계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시키고, 위성정당도 창당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선 김상희 의원 등 7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반발하고, 초선 이탄희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두고 거듭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올해를 보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