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9일(현지시간) 우크나이라를 상대로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실시했다. 하루 동안에만 미사일과 무인 드론 등이 150발 넘게 발사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사망자만 3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을 떠나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의 휴양지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에서 낸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지난 지금도 푸틴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음을 세계에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없애고 그 국민을 자신의 밑에 복속시키려 한다”며 “그런 그를 우리는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인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강탈한 데 이어 2022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오는 2024년 2월이면 개전 2주년이 되는 가운데 전쟁이 끝날 기미는 아직 전혀 안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방공무기 덕분에 러시아가 쏜 미사일과 무인 드론 중 상당수가 공중에서 격추된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새해에 의회가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각종 무기, 특히 중요한 방공 시스템을 계속 보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의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위한 예산안이 의회에 발이 묶여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실망시킬 수 없다”고 단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이들을 겨냥해 “자유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사람들은 역사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훗날 미국의 도움이 부족해 우크라이나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면 ‘세계 질서가 파탄에 이르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란 경고인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번 러시아의 대공습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16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했다. 수도 키이우에서만 9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하르키우, 오데사, 드니프로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인명피해 보고가 잇따랐다.
우크라이나는 하루 동안 러시아 미사일 122발과 무인 드론 36대가 발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 가장 커다란 규모의 공습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