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대출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 또는 저소득 상태인 취약차주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고금리 상황 속 자영업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 마련 및 채무 재조정 촉진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자영업자로 식별하고, 이들이 보유한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산해 자영업자대출 규모를 추정한다.
3분기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분기 말(1043조2000억원)보다 9조4000억원 늘었다. 다만 3분기 자영업자대출 증가율은 3.8%로, 올해 1분기(7.6%)와 2분기(4.9%)보다 둔화했다.
자영업자 취약차주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은 자영업자대출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 합이 3개 이상인 차주)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차주를 자영업자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취약차주는 38만9000명,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116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차주 수 기준으로 12.4%,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11.0% 수준이다. 이는 2022년 말 각각 11.0%, 9.8%였던 것과 비교해 1.4%포인트, 1.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전체 자영업자대출 잔액 가운데 취약차주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8%에서 2021년 9.0%, 2022년 9.8%, 2023년 3분기 11.0% 등 3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주 수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0.7%에서 2022년 11.0%, 2023년 3분기 12.4%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자영업자대출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2023년 3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24%로, 2022년 말(0.69%)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현재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장기평균(1.70%, 2012년 1분기∼2019년 4분기) 수준은 밑돌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대출액 중 연체 차주들이 보유한 대출(현재 연체 중인 대출과 정상적으로 상환 중인 대출의 합) 비중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2.47%로, 2022년 말(1.35%)보다 1.1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상환 및 부채 구조 전환(단기 일시상환→장기 분할상환) 등을 통해 자영업자대출 관련 리스크를 미리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