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세계 인구 80억명 시대

일찌감치 인구 규모와 출산율을 걱정해 왔던 로마의 출산 장려 정책은 역사가 꽤 깊다. 기원전 403년에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에게 벌금을 부과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이런 강력한 결혼·출산 장려 정책의 절정은 로마제국 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재위 기원전 27년~서기 14년)이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25∼60세의 모든 로마 남성은 반드시 결혼하게 했다. 20~50세의 여성도 남편이 사망하면 2년 이내에 재혼을 해야만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우리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는다면 국가가 어떻게 보존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인구 증가가 국력을 저해한다고 여겼던 경우도 있다. 20세기 후반 특히 개도국들에서다. 이들 나라에선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태국 등은 정부가 나서 이른바 가족계획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1980년대 들어와 출산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미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1일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겼다. 새해 첫날 하루 동안 지구촌에서 1초마다 4.3명이 태어나고 2명이 사망하면서 총 80억1987만6189명이 됐다고 한다. 2023년 한 해 전 세계 인구는 총 7500만명 증가했다. 유엔은 2022년 11월15일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돌파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 세계 인구 80억명’을 놓고 미국의 전망과 유엔의 전망이 1년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서로 다른 조사 방법 때문이다.

존 윌모스 유엔인구국(UNPD) 국장은 “세계 인구가 80억명에 도달한 것은 인류 성공의 징표인 동시에 미래의 큰 위험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국가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3분기 0.7명이던 합계출산율이 4분기에는 0.6명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가 더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세계 인구가 명실상부하게 80억명을 넘은 올해 우리는 ‘인구재앙 극복’의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