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록 밴드 그린데이가 새해 전야 TV 생방송 공연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반대하는 노랫말을 넣었다가 논란을 불렀다.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51)은 지난달 31일 방송된 ABC ‘딕 클라크의 새해맞이 로킹 이브’ 공연 무대에서 히트곡 ‘아메리칸 이디어트’(American Idiot)의 가사 중 일부를 “나는 ‘마가’(MAGA) 아젠다의 일부가 아냐”로 바꿔 불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축약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선거 구호이자 그의 골수 지지층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앞서 암스트롱은 2016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뱅뱅’을 노래하면서 “노 트럼프, 노 KKK(백인 우월주의 단체), 노 파시스트 미국”을 외친 바 있다.
이번 퍼포먼스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그린데이의 ‘팬들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하던 방식이라며 환호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그린데이를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나는 아니지만, 그들이 정부를 사랑해서 기쁘다”고 비꼬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돈벌이를 위한 관심 끌기’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데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노래에서 정치를 말하지 마라”, “예전에 끝난 밴드가 정치를 무대로 가져와야 했다”, “재능을 낭비하는 게 안타깝다. 이건 락앤롤이 아니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아메리칸 이디어트’는 본래 원래 2004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인 우월주의 등 보수주의자들과 미디어를 비판한 곡으로, 당시에도 ‘고도의 상업적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1986년 결성된 그린데이는 미국의 펑크록 장르를 대표하는 밴드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풍미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래미상 후보에 20차례 지명돼 5차례 수상했으며, 201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