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 수백명 목숨 구한 ‘4·3 의인’ 경찰영웅 문형순 서장 국가유공자 됐다

뒤늦게 6·25 참전유공자로 결정

청춘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광복 후에는 제주 4·3의 광풍 속에서 무고한 도민들을 구해 내 ‘제주판 쉰들러’라 불리는 경찰영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당시 경감·1897∼1966년)이 6·25 참전유공자로 결정됐다.

 

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가보훈부가 고인에 대한 참전유공자 등록을 마쳤고 그 결과를 통보받았다.

 

제주4·3 당시 ‘예비검속자를 총살집행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부당하다’며 이행하지 않고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문형순 제주 성산포경찰서장. 제주경찰청 제공

문 전 서장은 한국전쟁 참전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광복군 등에서 항일무장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 후 제주4·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해 제주민 수백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동안 문 서장의 독립운동 사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훈부에 6차례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문 서장이 6·25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재직하며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에 착안해 지난 7월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했다.

 

제주경찰청은 문 서장이 참전유공자로 등록됨에 따라 제주호국원에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는 등 경찰영웅으로서 최고의 존경과 예우를 다할 예정이다.

 

1953년 9월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현재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영면해 있다.

 

지리산전투경찰사령부 사령원부(1952년). 제주경찰청 제공

문 서장은 제주 4·3사건 당시 모슬포 좌익 혐의 주민 100여명을 자수시킨 뒤 방면해 학살 위험에서 구하고 성산포에서 예비검속자에 대한 계엄군의 총살명령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며 거부해 총 295명을 방면하는 등 관할지역 주민의 생명을 보호했다. 이 공로로 2018년 경찰청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당시 초대 성산포 경찰서장이던 고인은 전시 상황에서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명령서 상단에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는 글을 써 돌려보내 상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예비검속으로 인해 제주도민 수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서장이 있었던 성산포 관내에서는 단 6명만 희생되는데 그쳤다. 그가 아니었다면 마을 주민 수백명이 총살되거나 다른 지역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인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컸다.

 

제주 경찰은 2018년 11월 고인을 기리는 흉상을 제주경찰청사에 세우기도 했다. 2019년 10월 아시아태평양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수여하는 평화상 수상자로 문 전 서장이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