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노력이 요구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축은 곧 각국의 경쟁력과도 직결될 전망이다. 특히 인접한 해역을 공유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는 수출뿐 아니라 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아시아의 플라스틱 순환경제 인프라는 아직 다른 지역보다 열악한 수준이다. 비영리기구 오션클린업 연구진이 2021년 미국과학진흥협회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10개국 중 9곳이 아시아 국가로, 1위인 필리핀에서 연간 35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꼽기도 했다.
지역 협력 면에서 앞서나가는 곳은 유럽이다. 2021년 플라스틱 산업계 연합인 ‘플라스틱 유럽(Plastics Europe)’ 소속 기업들은 유럽 13개국에서 진행되는 44개 화학적 재활용 프로젝트에 8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2.8t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 장현숙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에 “아시아에서도 유럽과 같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며 “플라스틱 최대 생산·소비 지역인 아시아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탈플라스틱 시장을 주도한다면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외교 채널을 활용해 민간 기업들의 현지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고, 기업 측에서도 협상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탈플라스틱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21년부터 50만달러(당시 약 6억5000만원)를 투입해 필리핀에 해양 쓰레기 관리 개발원조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지 쓰레기 수거 산업으로 국내 청항선(환경미화용 선박) 업체 등 중소업체들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넘어 대체재 개발과 같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탈플라스틱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조금 더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