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피습 가짜뉴스·음모론 난무, 지금 이럴 때인가

“악마들 의사 매수”vs “자작극 쇼”
野 일각 “정부·여당 탓” 궤변·선동
단호한 대응·극단정치 자제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후폭풍이 거세다. 유튜브와 온라인 카페에서 아무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황당한 음모론이 들끓고 있다.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은 인터넷 공간에 “윤석열·김건희 사주로 벌어진 일”,“악마들이 의료진을 매수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반대진영도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 “민주당의 자작극 쇼”, “재판을 미루려는 꼼수”와 같은 험악한 말을 해댄다. 심지어 섬뜩한 추가테러·살인예고 글까지 나온다. 4·10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분열과 혐오의 정치가 우려된다.

더 기막힌 건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정부와 여당 탓으로 돌리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과 정치,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고 비난했다. 엉터리 주장과 궤변으로 정부·여당을 코너에 몰고 음모론을 키우려는 후진적 선동정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대책기구를 만들고 가짜뉴스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음모론은 정치불신과 사회불안을 자양분 삼아 번져 간다. 음지에서 번식하는 나쁜 세균은 햇볕을 쫴야 사라진다. 경찰 조사결과 피의자 김모씨는 범행에 나무젓가락이 아닌 등산용 칼을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경찰은 어제 김씨의 직장과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검·경은 범행 동기와 배후 유무 등 사건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신속하게 파헤쳐야 한다.

정치권도 수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며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번 사건을 당리·당략에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의자의 정치성향과 당적을 둘러싼 논란도 불필요한 억측을 자제하는 게 옳다. 과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습격 사건 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마치 국민의힘에서 공격한 것처럼 주장하는 글을 올렸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툭하면 상대방을 헐뜯는 극단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결국 유권자인 국민이 더 냉정해야 한다. 총선에서 인물과 정책 비전을 꼼꼼히 따져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다면 분열과 혐오의 정치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