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에 개성공단 기업인들 “망연자실”

정 회장,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 촉구
“선거 앞두고 특별법 제정도 불투명”

정부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하기로 한 데 관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착잡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신한물산의 신한용 대표는 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라고 했다.

 

4일 서울 마포구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모습. 연합뉴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중단 장기화 과정에서 재단 업무는 사실상 형해화됐다고 했다. 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해산 결정을 의결한 뒤 해산 등기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 지 약 8년 만에 해산 결정이 난 셈이다. 

 

재단이 해산되면서 개성공단기업협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07년 출범한 재단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인허가, 출·입경, 노무, 시설관리 등을 지원해왔다. 공단 운영 중단 뒤에 기업 등기 처리 등 민원 업무와 자료 관리 등을 해왔다. 

 

신 대표는 “개성공단이 닫힌 뒤에도 그쪽(재단)에서 우리 입주 기업들이 경영 정상화하는 데 많이 신경 써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발표에 대해 “정부 방침은 단견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도 대화 외에는 핵 해결 방안이 없다고 한다”며 “강대 강으로 부딪혀 누가 더 잃을 게 많겠냐”고 현 정부의 기조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정 회장은 피해기업들과 상의해 정부에 장기적인 기업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편적인 지원은 필요 없고, 정당한 청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성공단 폐쇄 뒤 지원은 부분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부도 난 기업도 많고, 사실상 휴면 기업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그동안 영업손실 등 기업 피해를 완전히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 왔다. 다만 특별법 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 대표는 “북한과 분위기도 한창 좋을 때도 만들지 못한 게 특별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년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했고, 선거철에 국회의원들이 자기 앞길도 모르는데 특별법을 만들려 하겠냐”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4월 총선 이후 특별법 제정 등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신 대표는 “4월 총선이 가늠자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가 없다”며 “다만 미국 대선이 또 다른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이야기가 나왔던 2019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는 적기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제동을 건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호소를 담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신 대표는 “트럼프가 해오던 게 있기 때문에 기류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