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민생토론회’ 어제 시작… 신년 기자회견은 언제 하나

2022년 8월 이후 기자회견 없어
껄끄러워도 현안 직접 설명해야
국정운영 방식 변화 보여 줄 기회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방식으로 새해 정부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핵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만한 아주 두툼한 콘크리트 벽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중소기업인, 주부 등 130여명의 시민이 현장 및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처별로 진행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업무보고는 주제별로 다양한 현장에서 대통령이 국민,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형식으로 약 10회에 걸쳐 진행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참모들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자고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은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민생토론회로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국정 구상과 현안에 대한 생각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968년 박정희정부가 신년회견을 도입한 이후 역대 대통령이 이를 건너뛰는 일은 드물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같은 해 11월21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이후로는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제외하면 언론의 질문을 받은 적도, 답한 적도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중반대에 머물 정도로 민심이 여권에 등 돌린 결정적 이유는 소통 부족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과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 과정에서 대통령과 현장의 큰 괴리가 확인되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열린 소통’을 강조하고, 구중궁궐에서 나오겠다며 집무실 이전까지 강행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신년 회견까지 하지 않으면 소통의 기회는 아예 없어진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1월 중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

북한의 도발 등 안보 상황부터 물가와 부동산 정책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입으로 직접 설명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윤 대통령은 금명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껄끄럽고 내키지 않더라도 찬성 여론이 높은 김건희 특검법을 백지화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니다. 신년 회견은 독선과 독주로 비친 국정운영방식의 변화를 직접 천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