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 인도네시아에 1조1600억원에 3척을 판매한 DSME 1400 모델의 설계도면으로 무려 2000쪽 분량이라고 한다. 이 도면은 대만 정부가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기술유출이 이 지경이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대우조선해양 전 직원 A씨 등 2명이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근무 당시 도면을 빼돌린 이들은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S사로 이직한 뒤 자료를 대만 측에 넘겼다고 한다. 기술유출을 막지 못한 S사도 입건해 조사 중이다. S사는 지난해 하이쿤 잠수함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 등을 정부 허락 없이 해외로 반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대만 내 친중 성향의 국회의원이 한국의 대만대표부에 제보해 알려지면서 우리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은 대만과의 갈등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이유로 대만의 잠수함 개발 사업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잠수함 도면 유출이 한국과 대만의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핵심기술 유출로 한국 기업이 본 피해액은 25조원을 넘는다. 국가의 생존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렵다. 기술유출은 국익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매국적 범죄다. 엄벌 조치에 나서야 치밀하게 이뤄지는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원과 특허청 등 국가 기관의 선제적 감시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 그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기술유출범에 대한 형량도 대법원이 손봐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9∼2022년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법원 선고 445건 중 실형은 47건(10.6%)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다. 약간의 리스크만 안으면 ‘수지맞는 장사’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기술유출을 간첩죄로 규정해 ‘중형에 수십억원의 벌금’을 매기는 미국처럼 강력한 방지책이 긴요하다. 처벌대상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벌금을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상향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