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품격은 이런 것’ 경기 내내 부진하던 김연경, 5세트 듀스서 혼자 경기 끝냈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에서 ‘배구여제’ 김연경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공격은 물론 리시브나 수비에서도 김연경의 비중이 크다. 김연경이 흔들리면 흥국생명이 승리를 따내기는 쉽지 않다.

 

4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2023~2024 V리그 4라운드 맞대결에서 김연경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못했다. 3세트까지 단 6득점에 공격 성공률은 19.23%에 그칠 정도였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3-2(25-13 12-25 25-22 20-25 17-15)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31일 선두 현대건설(승점 47, 15승5패)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당하며 선두 추격의 동력을 잃는 듯 했던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승점 2를 챙겨 승점 44(16승5패)가 되며 선두 탈환의 희망을 키웠다. 반면 올 시즌 흥국생명만 만나면 작아지는 IBK기업은행은 이날 경기도 패하며 올 시즌 상대 전적이 4전 4패가 됐다.

 

김연경이 경기 초중반 부진했음에도 흥국생명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나머지 팀원들의 분전 덕분이었다. 최근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는 서브득점 2개, 블로킹 1개 포함 29점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세터 이원정도 김연경이 부진하자 평소보다 미들 블로커들을 적극 활용했다. 흥국생명의 미들 블로커 김수지와 이주아도 각각 10점(블로킹 4개), 8점(블로킹 2개, 서브득점 2개)을 올리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에이스인 김연경도 무임승차를 한 건 아니었다. 4세트에만 7점, 공격성공률 63.64%를 기록하며 감을 조율한 김연경은 5세트에도 5점을 보탰다. 특히 5세트 14-15로 뒤진 상황에서 결정적인 시간차와 오픈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16-15 역전을 이끌어냈다. 혼자만의 힘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낸 김연경은 이어진 상황에서 수비로 걷어 올린 공을 IBK기업은행 코트에 꽂으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중 한때 10%대까지 떨어졌던 공격성공률은 경기가 끝나자 38.64%(18점)까지 올랐다. 부진 속에서도 해결사 능력을 발휘하는 ‘에이스의 품격’이란 게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김연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