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의 주된 인정 근거는 인간의 ‘자기결정권’이다. 그러나 동물 안락사에서는 죽임을 당하는 동물에게 그 어떠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그 방법이 고통을 주지 않을 뿐, 안락사 역시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안락사는 신중하고 엄격히 행해져야 한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안락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동물보호센터의 장이 수의사를 통하여만 할 수 있으며,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마취를 한 뒤 심장 정지, 호흡 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안락사는 동물이 질병 등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 위해를 끼칠 우려가 높은 경우, 분양 곤란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분양 곤란 등 부득이한 경우’를 근거 삼아 동물보호센터 내 수많은 멀쩡한 동물이 안락사되고 있다. 5∼15㎏의, 인간보다 작은 한 동물이 ‘있을 곳이 없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원래의 안락사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닌 인간의 편의를 위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안락사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고 지자체의 관리, 감독도 부실한 탓에 고통사 시행 및 안락사 비용 허위 청구 등 위법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 한 수의사는 마취제 투여 없이, 철창을 굴려 유기견을 넘어뜨린 뒤 약품을 주사하여 고통스럽게 죽게 했으며, 사용하지도 않은 마취제 비용 19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이 자는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더 이상 유기동물의 생명이 소홀히 다뤄져선 안 된다.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넘어 ‘살 권리’가 있는 생명체가, 그저 ‘살아 있는 개체 수가 많아서’ 죽어야만 하는 현실은 얼른 바뀌어야 한다. 우선 보호시설과 인원, 관리 체계가 보강되어야 할 것이고, 안락사를 줄이려는 고민과 법 정책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유기되는 동물이 줄어야만 한다. 부디 2024년에는 유기동물 수가 줄고 입양이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