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36)이 경기 초반 부진을 딛고 5세트 듀스에서 연속 3득점으로 팀 승리를 가져왔다.
4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2023~2024 V리그 4라운드 맞대결에서 김연경은 경기 초중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3세트까지 단 6득점에 공격 성공률은 19.23%에 그칠 정도였다.
4세트 들어 김연경은 귀신같이 부활했다. 4세트에만 공격 성공률 63.64%를 기록하며 7점을 올렸다. 예열을 마친 김연경은 5세트를 지배했다. 71.43%의 공격 성공률로 5점을 따냈다. 득점의 순도는 더욱 높았다. 5점 중 3점이 경기 막판 나온 점수였다. 14-15로 뒤진 상황에서 시간차로 다시 승부를 듀스로 끌고간 뒤 이후엔 수비로 걷어올려진 하이볼을 기가 막힌 크로스 코스의 앵글샷으로 처리한 뒤 포효했다. 왜 자신이 ‘배구여제’라 불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의 성적표는 18득점, 공격 성공률은 38.64%였다.
김연경의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 속에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2(25-13 12-25 25-22 20-25 17-15)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전 4전 4승이다. 지난달 31일 선두 현대건설(승점 47, 15승5패)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당하며 선두 추격의 동력을 잃는 듯 했던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승점 2를 챙겨 승점 44(16승5패)가 되며 선두 탈환의 희망을 키웠다.
경기 뒤 리베로 김해란과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연경은 “IBK기업은행은 확실히 쉽지 않은 상대다. 표승주 선수나 폰푼 선수가 있어 리시브가 잘된 상황에선 상대방 패턴을 읽기 힘들다. 저도 초반엔 공격이 안 풀렸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들으며 흐름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 아본단자 감독은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조급함을 느끼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의 생각도 사령탑과 비슷했다. 그는 “저희 선수들도 급한 건 없는 것 같다. 부상 선수들이 좀 있지 않았다. 이제 (김)해란 언니도 복귀했고, 김다은 선수도 복귀하는 등 한 명씩 돌아오고 있다. 지금부터 다시 좋아지면 또 다른 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5세트 맹활약에 대해 김연경은 “초반에 밥값을 못했으니까요”라고 입을 뗀 뒤 “중요한 순간에 로테이션이 제가 전위에 위치하게 됐다. 점수를 내려고 노력했는데,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1988년 2월생인 김연경은 대표적인 용띠 스타로 꼽힌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해 용띠 스타로서의 소망이나 각오를 묻자 김연경은 “저희 팀에 저뿐만 아니라 용띠 선수들이 많아요. 용의 해니까 저희 팀에 우승 운이 오지 않을까요? V리그에서 용띠가 가장 많은 팀이 어딘지 궁금하네요”라고 답했다. 흥국생명에는 1988년 용띠는 김연경이 유일하지만, 2000년생, 빠른 2001년생 용띠에는 이주아, 김다은, 박은서가 있다.
절친한 친구이자 팀 동료인 김수지는 1987년생이라 토끼띠다. 빠른 1988년생이지만, 띠 기준인 ‘입춘’ 이후에 태어난 김연경은 용띠다. 친구 사이임에도 띠가 다른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없느냐고 묻자 김연경은 “저희 팀에 수지뿐만 아니라 김대경 코치와 여재기 트레이너도 1987년생이다. 다 친구를 먹고 있긴 한데, 저 때문에 족보가 꼬였다. 그래도 저는 엄연한 1988년생이기 때문에 1살 어리게 말하고 다닌다”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