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사실상 새해 첫 일정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전 세계 10위권 규모인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식시장 개장식과 폐장식은 상징성이 매우 큰 행사지만, 이전까지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사례는 없었다. 1999년 한국거래소의 전신 한국선물거래소(KOFEX) 개장식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적 있지만, 2005년에 한국증권거래소(KSE)와 한국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등 4개 기관이 통합하여 한국거래소가 출범한 만큼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통합 거래소 역사상 첫 참석이다.
당시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을 비롯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심인숙 한국ESG기준원장 등 금융 유관 기관장들이 참석했으며, 국회에서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그리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70여명, 주요 경제 언론사의 대표 등 금융 관련 주요 인사 100여명도 2024년 증시 개장을 축하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이관섭 비서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대통령의 증시 개장식 최초 참석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서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하고, 특히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들이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납입해야 한다. 그간 개인 투자자 1500만명에게는 뜨거운 감자였으며, 이들이 공매도와 함께 한국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먹구름’(투자 장애 요인)으로 표현하는 이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금투세는 당초 2021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그해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기로 했다. 2023년 시행을 앞두고도 2022년 말부터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어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였고, 국회는 지난해 금투세 시행을 다시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발언에 시장도 화답했다. 당시 오전 10시에 개장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81포인트(p·0.37%) 하락한 2645.47에, 코스닥 지수는 0.49p(0.06%) 내린 866.08에 각각 거래를 시작했지만, 마감 때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53p(0.55%) 오른 2669.81에, 코스닥 지수는 12.36p(1.43%) 오른 878.93에 각각 마감했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 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오후 들어 상승 전환한 덕분에 새해 첫 거래일 장은 오름세로 마치게 됐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즉각 금투세 폐지에 대한 입장을 냈다. 당시 오후 들어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라며 “올해 세법 개정안을 추진할 때 관련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약속을 정부가 공식화한 셈이다.
금투세 폐지는 주식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다르게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민심이 어디에 있느냐다. 기재부는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앞으로 정부 여당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실질적인 이행에 여론의 힘이 크게 실릴 전망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 유럽연합(EU) 유럽기후협약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