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혼자 오지 않는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축하의 인사와 함께 온다. 인간은 그렇게 기원하는 마음을 그림과 글로 연하장에 담아서 주고받기도 한다. 지상의 그 어떤 동물도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멋진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 연하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1957년 12월 우체국에서 연하우편을 발행하면서부터다. 1960년대 후반에 들어 관행으로 정착되고, 1970년대는 ‘송구영신’의 연하장 인사가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인터넷과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면서 우편 연하장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우정사업본부의 통계도 연하장의 퇴조를 보여준다. 2006년에 1039만장이던 발행량이 2008년 915만장, 2016년 483만장, 2018년 316만장, 2021년 207만장, 2023년 122만장으로 급속하게 감소 중이다. 디지털 연하장이 지니는 편리성, 다양성을 고려하면 우편 연하장이 언제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연하장을 구성하는 양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그림’과 ‘글’이 상반되는 운명을 맞는 듯하여 흥미롭다. 좀 단순화하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공존이다. 변하지 않는 쪽은 ‘그림’이다. 우편 연하장 시대를 주름잡던 자연과 동식물이 디지털 연하장에서도 옛 모습을 지키며 주연역을 담당하고 있다. 산, 물, 해, 소나무와 거북, 학과 같은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십장생이 그것이다.
반면에 ‘글’은 변하는 쪽이다. 모든 연하장에서 주인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근하신년’과 ‘하정’(새해를 축하합니다)이 ‘행복’, ‘건강’과 같은 구체성을 지니는 글로 대체되고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노베이션을 거듭하는 디지털 기술이 요술 같은 아이디어로 연하장의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갈지 궁금하다.
행복은 ‘행복하세요!’라고 기원하는 말만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지혜로운 자를 의미하는 ‘호모사피엔스’의 후예인 인간에게 행복의 공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는 ‘좋은 관계’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좋은 소통’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새해에는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동물)나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동물)의 언행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호모 커뮤니쿠스’가 되어 보자. 행복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