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사 발생 위험성 분산 위해 춘천·영월 등 18개 양식장서 매입 郡 양어장 집결해 하천 수온 적응 사료 먹이지 않고 맛·신선도 높여
국내 대표 겨울축제인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가 지난 6일부터 시작됐다. 축제 현장에서 쓰이는 산천어가 50만 마리에 달하는데, 이 산천어들을 어디에서 공급받는지가 관심사다.
7일 화천군에 따르면 군이 이번 축제에서 방류하는 산천어 50만 마리(160t)는 전국 18개 양식장에서 공급받는다. 절반가량인 25만 마리는 화천에 있는 양식장 10곳에서, 나머지 25만 마리는 화천 이외 지역 양식장 8곳에서 매입한다. 화천을 제외하고 양식장이 가장 많은 지역은 인접한 춘천으로, 4곳이다. 강원 영월과 강릉, 경북 봉화와 울진에 1곳씩 양식장이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양식장은 축제장 인근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양식장이다. 연간 6만 마리(20t)를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군이 전국에 산재한 양식장에서 산천어를 공급받는 이유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단일 양식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전염병 등으로 산천어가 모두 폐사하면 그해 축제 개최가 불투명해진다. 지난해 12월 한 양식장 산천어에서 동물성 의약품이 검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천군은 당초 해당 양식장에서 생산한 산천어 6만 마리를 모두 매입해 폐기하기로 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산천어 체내에서 의약품 성분이 배출되자 다시 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처음으로 축제가 열린 2003년엔 산천어 양식장이 많지 않았다. 특히 화천엔 한 곳도 없었다. 산천어는 1급수에서만 살고, 칼슘 등 미네랄 함유량이 풍부해 찾는 사람도 종종 있었으나, 양식을 하기엔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송어를 주력으로 키우는 일부 양식장에서 소규모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화천 산천어축제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산천어 양식장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화천군은 전국 민간 양식장 17곳에 각 3만~6만 마리를 배정해 매년 매입하고 있다. 화천군도 자체적으로 1만5000마리 규모 양식장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전국에서 생산된 산천어의 99%가량은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사용된다. 사실상 독과점이다 보니 매입가는 단가 산출 용역을 통해 결정한다. 올해는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해 지난해 1만5500원(1㎏ 기준)보다 3000원(19%) 오른 1만850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산천어 매입비용은 30억원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매입된 산천어는 화천군 내 양어장으로 집결된다. 이곳에 모인 산천어는 영하 1도에 가까운 축제장 하천 수온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는다. 양식장 수온은 보통 영상 10도 안팎이다. 양어장이 급격한 환경 변화의 완충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산천어 내장에 소화되지 않은 사료가 남아 있으면 맛이 떨어질 수 있어 사료를 먹이지 않고 산소를 공급, 맛과 신선도를 높이는 작업도 이뤄진다. 관광객들에게 짜릿한 손맛을 선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화천 산천어 축제를 찾아주신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겨울축제를 선물해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