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바지사장’이어도…법원 “세금 부과 정당”

회사에 명의 빌려주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바지사장’에게 소득세를 부과한 처분에 대해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회사에 명의를 빌려준 A씨가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여간 이 회사 대표자로 과세관청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회사가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세무 당국은 2020년 4월과 이듬해 3월 A씨에게 법인세 무신고에 따른 세금 추계 결정에 따라 2018~2019년도 귀속 종합소득세 1억67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이 처분은 실질 과세 원칙에 어긋나고 하자가 있다며 반발했다. 자신은 부탁을 받아 명의를 빌려준 일용직 근로자에 불과하고 실제 회사 운영자는 따로 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결국 자신은 명의 사용에 따른 일당만 받는 일용직 근로자였다는 주장인데,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당사자 간 합의 하에 명의 대여가 이뤄졌기에 과세 당국이 명의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의대여는 실사업자와 합의 하에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로서 외부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보아 과세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의 처분은 대표자에 대한 인정 상여 소득처분 후 내려진 것으로 대표자에 대해 부과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며 “원고는 실질 운영자에게 명의를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이로 인한 조세 법적 책임 관계에 대해서도 감수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 회사의 대표가 아니라는 사정은 사실관계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것으로 외관상 명백하지 않기에 이 사건 처분이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