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크롱, 총리 교체로 정치적 돌파구 찾나

AFP "대통령·총리 7일 밤늦게 회동…
새 총리 후보 지명 등 개각 논의한 듯"
이민법 개정 파동으로 총리 입지 약화

임기를 3년 반 가까이 남겨두고 지지율 추락에 고심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리 교체까지 포함한 대규모 개각을 준비 중이란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엘리자베트 보른 현 총리는 프랑스 역사상 여성으로는 두 번째 내각 수반으로, 마크롱 1기 정부 때부터 그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했으나 결국 물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마크롱 대통령이 이르면 8일(현지시간) 보른 총리를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이르면 8일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그의 보좌진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늦게 보른 총리와 회동했는데 이 자리에서 거취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정부는 2023년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해 국민들의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가 큰 역풍을 맞았다. 헌법에 있는 특별한 조항을 활용해 의회 상하원을 건너뛰고 입법화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으나 야당과 노조, 시민단체의 저항은 거셌다. 프랑스 전역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뒤덮이면서 예정됐던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 시기마저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지난 연말 마크롱 대통령은 이민법 개정으로 또 곤욕을 치렀다. 불법 이민 규제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너무 온건하다는 이유로 의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극우파까지 포함한 보수 정당들은 정부가 마련한 법안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이 담긴 새 법안을 제안했고 결국 이것이 의회를 통과했다. 내각 일부 장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표를 던지는 등 정부가 자중지란에 빠진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개정 이민법에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조항들이 있다”면서도 이민법 개정 자체는 “프랑스에 꼭 필요한 방패”라고 옹호했다.

 

이런 저런 일들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AFP는 “이민법 개정을 둘러싼 파동 이후 보른 총리의 정부 내 입지는 미미해졌다”며 “프랑스 정치 시스템에서 총리는 정부가 혼란에 빠졌을 때 (대통령을 대신해) 희생되곤 한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지난 5일(현지시간)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자크 들로르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장례식에 나란히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62세인 보른 총리는 2017년까지는 정가에서 존재감이 별로 크지 않다가 그해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며 요직에 기용됐다. 마크롱 1기 정부 내각에서 교통장관, 환경장관, 노동장관을 차례로 역임하고 2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2022년 5월 총리로 임명돼 약 1년8개월 동안 프랑스 행정을 책임져왔다.

 

만약 총리 교체가 현실화한다면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현 국방부 장관과 줄리앙 드노르망디 전 농업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르코르뉘 장관은 37세, 드노르망디 전 장관은 43세로 둘 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친분이 남다르다. 다만 총리직을 맡기엔 너무 젊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AFP는 소개했다. 뒤집어 말하면 청년층의 표심에 호소하고 또 내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