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영화는 끝까지 봐야 안다 [엄형준의 씬세계]

이안·무륵 관계 진전과 반전… 엮었던 실타래 풀며 새로운 비밀 더해
2부 이야기·액션·유머 ‘진일보’… 바뀐 영화 환경에서 흥행 성적 관심
최동훈 감독 1부 실패 후 와신상담… “도닦는 심정, 150번 보며 고쳐”

떠오르는 스크린계의 별로 출연작이 줄줄이 흥행한 김태리 주연. 김우빈의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개봉하는 작품마다 히트하며 2개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쌍천만’ 감독 최동훈. 33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제작비.

 

자연스레 큰 기대감 속에 ‘외계+인 1부’가 2022년 7월 스크린에 걸렸지만, 결과는 완전한 흥행 실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남아 있다고는 해도 당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된 지 한참 지난 시점이었고, 극장 관객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는 점을 참작하면 더더욱 그렇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730만명이 봐야 하지만, 1부의 실 관객은 153만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미 코로나19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대형 극장 체인이 이 영화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티켓 가격을 올리면서 관객이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외계인과 무협 판타지가 결합한 새로운 시도의 영화가 난해하다거나,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 없이 1, 2부로 나누는 한국 영화 최초의 시도가 실패를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는 이제 막 이야기가 재미있어질 찰나, 궁금증만 잔뜩 남긴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1부가 좋지 않게 마무리되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지 않았고, 업계에선 2부는 극장 개봉 없이 OTT로 직행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2부 역시 제작비는 1부에 필적하는 310억원으로, 700만명 이상이 관람해야 수익을 낼 수 있건만 2023년 극장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결국 2023년 한 해를 넘기고 오는 11일 ‘외계+인 2부’가 개봉한다.

 

첫 실패를 맛본 최 감독은 그간 ‘와신상담’했다. 1부 상영 후 1년반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영화를 150번 봤고, 52개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처음엔 두렵고 힘들었지만, 편집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는 ‘나는 너무 영화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개봉을 앞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내가 도사가 나오는 영화를 찍으면서 도를 닦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50번을 본 이유가, 구성이 끝나면 ‘나는 감독이 아니야, 나는 이제 관객이야’ 생각하면서 몰입이 되는가를 보는 거예요. 그래서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가 생기거나 하면 다시 편집하고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거야’라고 뇌를 속이면서 또 보는 거죠.”

 

영화 ‘도둑들’, ‘암살’이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쌍천만 감독’ 대열에 든 최동훈 감독은 2022년 ‘외계+인 1부’로 첫 흥행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 감독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 후 1년반 동안 ‘와신상담’하며 2부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밝혔다. CJ ENM 제공

본래 하나의 이야기를 쪼갰기에 2부의 분위기는 1부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큰 기대감 없이 열린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1부와는 다른 영화라고 할 정도로 흥미롭고 박진감 넘쳤다. 민개인 역의 이하늬는 지난 3일 시사회 후 “1편을 (감독이) 너무 아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2부에선 이안(김태리)과 무륵(류준열)의 관계 진전과 반전이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등장인물인 능파(진선규)와 존재감이 미약했던 민개인의 활약 속에 ‘골프백’의 비밀이 더해진다. 1부가 주로 과거 시간대의 이야기라면, 2부는 현대가 메인 무대로 훨씬 더 큰 스케일의 액션이 펼쳐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만담 콤비’인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역할이 커지며 이야기에 웃음도 늘었다. 외계인의 외형도 바꿨는데 이는 도리어 과한 감이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2부에서 최 감독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시간대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다. 원래 쓴 2부의 시나리오는 현대 세계가 나오고 다시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는 전개였다고 한다.

 

“그 버전으로 몇달 동안 편집을 했어요. 그러다가 깨닫게 됐죠. ‘맞아 2부의 가장 큰 테마는 몰입이야.’ 그래서 과거로 시작하는 버전으로 다시 편집을 하자. 그러니까 시간의 배치가 이 영화의 생명이거든요. 이렇게 배치가 오면 뭐가 빠져야 하고 뭐가 뒤로 가야 하고, 많은 시간의 퍼즐이 필요했어요.”

 

후반 편집 중 이야기의 순서를 바꾸며 민개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다시 찍었고 배우들이 녹음해 보내준 대사들을 일부 다시 입혔다. 영화 시작과 함께 1부를 요약해 설명하는 장면도 편집에만 6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영화의 핵심 인물이 많고, 외계인과 시간 여행이란 소재를 뒤섞은 1부를 짧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2부까지 보고 나서야 관객은 비로소 최 감독의 의도와 이야기의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마치 최 감독이 그간 만들어온 영화들의 종합판처럼 보인다. 실제 도사 전우치가 현대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전우치’(2009)가 영화의 출발점이다. 

 

“처음에는 전우치가 만일에 새로운 악당과 싸워야 한다면 그건 외계인이지 않을까라는 황당무계한 사고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시작이 ‘전우치’라면 신검을 뺏고 빼앗기는 전개는 ‘도둑들’을 생각나게 하고, 영화의 끝은 조승우 주연의 도박 영화 ‘타짜’나 ‘암살’처럼 과하거나 신파 없이,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여운을 남긴다. 최 감독다운 마무리다.

 

2부가 1부에 비해 진일보하긴 했지만, 그간 시장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외계인과 시간여행, 무협을 버무리고 이야기를 2개로 쪼갠 ‘외계+인’은 다른 영화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

 

제작·배급사는 OTT를 통해 1부가 공개됐고, 2부에서 이전 이야기를 요약해 보여주는 만큼 영화가 낯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부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지만,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처럼 좋은 영화엔 관객이 몰린다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외계+인 2부’ 개봉을 앞둔 9일 ‘외계+인 1부’는 OTT 영화 인기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좋은 영화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봤을 때도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있거든요. 낯선 장벽이 있었는데 (그간 OTT·극장을 통한 다양한 영화의 보급으로), 2부를 개봉할 때는 그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2부에선 ‘허들’이 낮아졌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최 감독은 1부가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 관람료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왜 하필 우리였나, 맨 앞에 나서지 말라고 그랬는데…. 근데 저는 뭔가 해결책이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이 상황이 계속 지속한다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서비스가 더 좋아지든,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나오든, 가격이 변동되든 뭔가가 벌어지겠죠.”

 

지금 당장은 그의 영화가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 말고는 성공할 방법이 없다. 올해 첫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로 2024년 극장가의 흥행 가늠자가 될 ‘외계+인 2부’가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