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방문한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안에서는 “탕 하나요”라는 익숙한 주문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여러 곳의 업소를 둘러봤지만 내부엔 한 손에 꼽을 만큼의 손님들만 눈에 들어왔다. 한 식당 주인은 “이제 가게에 찾아와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더할 수 없이 적다”라며 “더 이상 장사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폭설이 내려 어디에서도 북적거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지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업소 상인들은 하소연을 늘어놨다. 당장 문을 닫자니 평생을 해 온 일이라 막막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70대의 식당 주인은 “다른 일을 시작하자니 지금 나이에 뭘 배우고 하겠느냐. 사람들이 하찮게 여겼더라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게 지금의 장사”라고 힘없는 목소리를 전했다.
현재 모란시장에는 건강원과 20여곳의 일반음식점에서 개고기나 이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판매 중이다. 한때 전국 최대 개 시장으로 불렸지만 이제 사람들의 다니는 발길마저 뚝 끊겼다. 2001년 54곳이 개를 진열하고 도축 판매할 정도로 성업했다고 한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사회적 반감으로 소비가 주춤해져 갈수록 점포는 줄었다. 인근에서 건강원을 운영 중인 어르신은 “과거 이곳에서 거래된 식용견은 한 해 평균 8만마리에 달했다”면서 “덩달아 몸에 좋은 한약재가 들어간 개소주 판매도 그야말로 활황이던 시절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동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며 “기념비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권 운동에 역사가 새로이 쓰였다”며 “그토록 염원하던 개 식용 산업의 종식이 드디어 법률로 명문화됐다”고 반겼다.
동물자유연대는 “전통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 동물복지 성장을 줄곧 끌어내리던 개 식용 종식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이는 개라는 한 종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에 희망을 조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개 식용 산업이 금지되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자에게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개 사육으로 생업을 유지해 온 식용 개 종사자의 영업 손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마련되지 않았았고 이들은 거리로 나앉게 됐다”면서 “개고기를 먹는 1000만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고 식용 개 종사자 100만명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 식용 금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특별한 관심을 보여 이른바 ‘김건희법’으로도 불렸다. 김 여사는 개 식용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하거나, 지난달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 간담회에서 “개 식용 금지는 대통령의 약속”이라며 법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