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미들 블로커 김세빈(19)은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혔다. 187cm의 좋은 신장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김세빈의 전체 1순위는 어느 팀이 1순위 지명권이 나와도 당연했다. 비시즌간 자유계약선수(FA) 박정아를 페퍼저축은행에 빼앗긴 도로공사는 보상선수로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세터였던 이고은을 선택했고, 계산 착오로 이고은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는 과정에서 최가은과 2023~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2022~2023시즌 최하위로 구슬 35개를 넣을 수 있었던 페퍼저축은행의 1라운드 지명권은 전체 1순위로 치환됐고, 이는 곧 도로공사의 김세빈 지명을 의미했다. 김종민 감독은 드래프트 행사 당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세빈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불렀다.
김세빈은 김 감독의 전폭적인 출전 기회 부여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신인이 주전으로 자리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김세빈은 정대영의 FA 이적으로 인해 배유나의 미들 블로커 파트너 자리에 무혈입성했다.
김세빈은 9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에서도 1세트 교체 출전한 이후 내내 코트를 지키며 블로킹 4개 포함 8득점을 올렸다. 속공은 3개 시도해 3개 모두 성공시켰고, 오픈 공격도 두 번 시도해 하나를 성공시켰다. 공격 시도 자체가 5개로 적긴 했지만, 성공률은 80%에 달했다.
부키리치(35점)-배유나(21점)의 ‘원투펀치’의 화력에 김세빈도 미들 블로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로 누르고 올 시즌 IBK기업은행전 첫 승을 신고했다. 최근 2연패에서도 벗어나며 승점 3을 보태 승점 22(7승15패)가 되며 5위 정관장(승점 30, 9승12패)와의 격차도 줄이며 실낱같은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 4일 흥국생명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매치포인트를 먼저 잡고도 김연경에게 내리 3점을 내주며 패했던 IBK기업은행은 이날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2연패에 빠졌다. 승점 32(11승11패)로 4위에 그대로 머문 IBK기업은행은 한 경기 덜 치른 정관장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실패하며 4위 수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세빈은 공격에선 다소 아쉬운 모습이지만, 큰 키를 앞세워 블로킹에서는 세트당 0.550개를 잡아내고 있다. 블로킹 부문 6위다.
김세빈의 약점은 서브다.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는 김세빈은 서브 범실이 잦다. 이날도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서브가 나올 정도였다. 5개 서브를 시도해 2개나 범실이었다. 지난 경기에선 서브 범실을 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김세빈 본인도 서브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김)세빈이를 보면 ‘어떻게 하면 범실이나 엉뚱한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과감하게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아직 어린 선수니까 프로에선 고등학교 때와 비교해 요구하는 게 많으니 힘들긴 할 것이다. 그래도 멘탈이 꽤 좋은 선수니까 고쳐나가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뒤 김세빈의 서브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 감독은 “서브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범실을 해도 싫은 소리 하지 않는다. 부담을 느낄까봐 그렇다. 저번에 서브 미스하고 울기까지 하더라. 주변에서 다 괜찮다고 하는데, 혹여나 서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라면서 “야간 훈련 때는 서브만 때리는 데도 범실을 하는 건 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세빈도 서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쑥쓰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최근 경기부터 서브가 잘 안 들어간다. 서브 때리러 코트 뒤로 갈때부터 불안하다. 자신감이 떨어져있다. 야간 훈련이나 연습 때는 잘 때리곤 하는데, 시합만 가면 범실이 나오곤 한다”면서 “원래도 제가 서브가 강점인 선수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며 괴로워했다.
서브 범실에 눈물까지 보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에 김세빈은 “그 전부터 멘탈이 살짝 나가있던 상태였는데, 서브까지 범실하니까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 실수 때문에 점수를 잃는 게 너무 싫거든요. 그래서 감독님 말씀대로 ‘실수하지 말자’가 플레이할 때 마음가짐이긴 하다”라고 답했다.
최근 GS칼텍스의 신인 세터 이윤신이 데뷔 첫 선발 출장을 하는 등 김세빈이 독주하던 신인왕 레이스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세빈 역시 이윤신 관련 기사를 읽었다고. 그럼에도 김세빈은 “제가 더 잘 해서 제가 받고 싶다”면서 “(이)윤신이는 진짜 잘해요. 고등학교 때도 토스도 빠르고 쫓아다니기도 힘든 적도 있었다. 가끔은 어떻게 저 공을 라이트로 올리나 싶을 정도로 못 따라 간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