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개 식용이 금지된다.
그러나 개 사육 농장과 음식점 등 관련 업계 지원 방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보상을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의견 차가 커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난 2021년 12월 시작됐다.
국내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가구 수가 늘고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정부는 동물보호단체, 육견업계, 전문가 등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 1년여간 20여 차례 회의를 열어 종식 방법 등을 논의했으나 결국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개 식용 종식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개 식용 종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고, 여야가 지난해 하반기 개 식용 금지법 처리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면서 법 제정이 급물살을 탔다.
특별법은 지난달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데 이어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식용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또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업계의 전업, 폐업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해 처벌 유예 기간을 3년간 두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법 제정에 대해 "2027년부터 미국, 대만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개 식용을 위한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이 법으로 금지된다"며 "이로써 개 식용을 둘러싼 오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동물복지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는 보상 방안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에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 사육 농장주,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주 등이 전업했거나 폐업한 경우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구체적인 지원 사항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 간 입장차가 커 이를 좁히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육견협회는 개 한 마리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 손실액 2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기준 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는 모두 52만마리로 집계됐다. 육견협회 요구를 수용할 경우 개 사육 농장에 대한 보상액만 5년간 1조원대에 이르게 된다.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 등에 대한 보상까지 추가되면 보상액 규모는 수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송 장관은 지난달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육견협회가 요구한 보상 수준에 대해 "과도하다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현재 식용 목적으로 사육해 온 개를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길러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이에 특별법에서는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의 보호, 관리에 대한 사항도 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
송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제는 개 식용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며 "육견업계, 동물보호단체 등과 지속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